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중가수가 상을 받는 것은 노벨상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문학의 개념을 넓히고 형식의 한계를 허물었다는 긍정적 반응과, 문학에 대한 몰이해이자 테러라는 부정적 반응까지 전 세계가 그 파격성에 놀라는 모습이다. 문학의 범위와 경계에 대한 논의가 의당 이어져야 할 테지만 그와 별개로 밥 딜런에 의해 문화사의 새 지평이 열린 것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노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거나 “그의 노래는 ‘귀를 위한 시’”라는 스웨덴 한림원의 설명은 밥 딜런의 가사를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라 작품성과 표현력이 뛰어난 문학으로 보고 있음을 말해 준다. 밥 딜런이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 불리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그의 가사는 여느 음악과 차이가 크다. 가령 두 번째 앨범 ‘프리윌링 밥 딜런’의 수록곡 ‘블로잉 인 더 윈드’는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 영원히 금지될까”라며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밥 딜런은 자신이 항상 정치적 의도로 노래하는 것은 아니라 했지만 그의 음악은 1960년대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서 청춘의 저항정신을 대변했다. 밥 딜런은 당대 최고의 그룹 비틀스의 변화를 이끌고 멀리 한국의 청춘까지 들끓게 했으니 국경을 초월한 저항 정신이자 시대의 대변자라 할 만하다. 훗날 기독교 원리주의와 내면화에 빠져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반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 공로는 외면하기 어렵다.
밥 딜런의 수상은 한국 대중음악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상 받는 것이 궁극의 목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음악적 성취가 높으면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정형화한 리듬과 사랑 일변도 노랫말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고 증언한다면 어떤 장르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일로 노벨문학상이 근엄함을 벗어 던진 것이라면, ‘한국의 밥 딜런’이라는 한대수가 김수영문학상이나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강정 시인의 상상력이 현실화하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자료가 공개돼 충격에 빠져 있다. 반전과 저항, 자유와 평화를 노래한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아 세상을 놀라게 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문화의 저항정신을 제거하려 한다니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밥 딜런의 수상을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과 저항정신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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