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첫 공연에서 묵묵히 노래만 불렀다. 공연장 주위에는 수상소감을 듣기 위해 모여든 취재진이 빼곡했지만 그는 소회는커녕 내색도 않은 채 노래만 부르다 무대를 내려갔다.
딜런은 13일 오후8시(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코즈모폴리탄 호텔 공연장에서 열린 콘서트 장에 나타났다. 청중들의 열광 속에 남다른 소회를 밝힐 법도 했지만 그는 90분 내내 오로지 자신의 공연에만 열중했다. 1960년대 반전과 평화의 상징곡인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부를 때는 객석에서 열화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관객들이 공연 중 “노벨 수상자”라고 연호까지 했지만 딜런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그가 수상을 달가워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딜런 측 매니저는 공연 시작 전 AP통신에 “딜런이 수상소감에 대해 지금껏 밝힌 게 없다”고 말했다. 딜런은 이날 준비된 노래가 모두 끝나자 청중들은 노래를 더 들려달라고 외쳤고, 딜런은 프랭크 시내트라가 불렀던 ‘와이 트라이 투 체인지 미 나우’(Why Try To Change Me Now)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왜 나를 지금 바꾸려고 하나요’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제목의 노래에는 ‘사람들이 궁금하게 내버려둬요. 그들이 웃게 내버려둬요. 그들이 찌푸리게 내버려둬요’라는 가사가 담겨있다.
딜런은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리는 ‘데저트 트립 뮤직페스티벌’에서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딜런이 그때까지 생각을 정리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수상 논란 등과 관련해서도 그곳에서 어떻게든 소감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P통신은 “딜런은 평상시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인물”이라며 “딜런이 아예 아무 소감도 밝히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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