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 부회장을 지낸 소설가 송영씨가 14일 오전 5시 경기 분당시 제생병원에서 별세했다. 76세.
식도암으로 오래 투병 중이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해 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외대 독어과를 졸업하고 1967년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단편 ‘투계’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폐쇄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의 삶과 의식에 대한 빈틈없는 묘사로 주목 받았다.
1970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발표한 중편 ‘선생과 황태자’는 작가의 탈영 경험을 녹인 자전적 소설이자 대표작이다. 군에 입대한 뒤 무단이탈해 떠돌다가 7년 만에 붙잡혀 영창에 들어갔던 일을 소재로, 세계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좌절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집 ‘선생과 황태자’ ‘땅콩껍질 속의 연가’ ‘지붕 위의 사진사’ ‘비탈길 저 끝방’ ‘발로자를 위하여’ ‘새벽의 만찬’ 등이 있다. 중편 ‘북소리’와 ‘중앙선 기차’가 중국과 북한 문예지에 소개됐고, 그 밖에 다수의 작품이 영어로 번역돼 미국 문학지에 수록됐다.
고인은 클래식 음악과 바둑에 조예가 깊었다. 음악 산문집 ‘무언의 로망스’ ‘송영의 음악여행’ 등을 펴냈으며 음악 잡지 고정 필자로도 활동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민족문학작가회의 부회장 등을 지냈고 1987년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영란 여사와 아들 시원씨가 있다. 빈소는 성남장례식장, 발인 17일 오전 9시, 장지 영생-하늘누리 추모원. (031)752-0404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