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부근 화장실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이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계획된 살인이지만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아서 심신미약 범행으로 인정되며, ‘여성혐오 범죄’는 아니라는 게 법원의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유남근)는 1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34)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치료감호 및 20년간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떨어졌다.
재판부는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화장실에서 30여분간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러 계획적이지만 심신미약이 아닌 상태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남대로에 즐비한 폐쇄회로(CC)TV 노출을 피하지 않은 점에 비춰 조현병의 영향을 받은 범행이라고 봤다. 이는 형 감경 요소여서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징역 30년으로 감형했다. 다만 김씨가 재범 위험성이 높아 가석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사회공동체에 대한 범죄”라고 재판부는 정의했다. 번화가에서 아무 관계 없는 낯선 이를 처참하게 해친 무작위 살인이어서 사회 전반에 큰 불안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이어 “여성혐오 범죄였다기보다는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과 망상에 의한 피해의식으로 인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는 올 5월 강남역 인근 주점의 남녀공용화장실에서 7명의 남성을 그냥 보내고 이후 처음 들어온 여성 A(23)씨를 흉기로 1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09년 이후 환청과 피해망상이 동반된 조현병 증상이 악화돼 6차례 입원치료를 받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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