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의료기관 진단서를 부정 발급받아 억대 여행자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병원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 받거나 위조해 1억5,000여만원의 여행자보험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사문서 위조 등)로 옥모(26ㆍ여)씨 등 브로커 2명과 보험금을 부당 청구한 3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브로커 김모씨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필리핀 교민인 옥씨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관광객들에게 ‘여행 경비를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접근했다. 이후 현지 병원 의사에게 돈을 주고 ‘식중독이나 뎅기열에 걸려 치료를 받았다’ ‘사고를 당해 5~7일간 입원했다’ 등 내용의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관광객에게 제공했다. 이들은 진단서를 국내 보험사에 청구해 보험금을 타냈고 청구자 70%, 의사 20%, 브로커 10%의 비율로 나눠 가졌다.
또 다른 브로커인 김씨는 아예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단서 등 서류를 위조해 현지 교민과 관광객에게 20만~30만원을 받고 팔았다. 이들의 범행은 필리핀에서 유독 여행자보험금 청구 건수가 늘어난 점을 수상하게 여긴 한 보험사가 현지 조사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작성된 진단서는 보험사가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며 “관광객들도 간단한 서류만 제출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죄의식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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