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최고형 무기징역’ 비웃듯… 주식 내부자거래 활개 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최고형 무기징역’ 비웃듯… 주식 내부자거래 활개 왜?

입력
2016.10.14 04:40
0 0

사법부, 증권범죄 솜방망이 처벌

적발돼도 실형 선고는 29%뿐

美처럼 고의성 없어도 처벌하고

기업에도 연대 책임 지워야

지난달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 A씨는 주가 시세조정에 가담하고 업무 과정에서 얻은 내부 투자 정보로 주식을 사고 팔아 15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당이득에 대한 추징금은 15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8,000만원에 그쳤다.

대기업 일가 구성원인 B씨는 지난 2008년 주가조작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6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부당이익 규모가 상당하다며 징역 3년에 172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까지 간 끝에 B씨는 집행유예를 받으며 실형을 피했다. 벌금 역시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정부가 자본시장을 좀먹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범죄(내부자거래)를 없애겠다며 지난해 7월부터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약발이 전혀 듣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을 비롯해 미공개 정보를 빼돌려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된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 늑장공시로 개미투자자에게 상당한 손실을 끼친 한미약품 사태 역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증권범죄에 유독 관대한 우리나라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과 기업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내부자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회사 내부정보를 빼돌려 주식거래를 하다 당국에 적발돼 경고 이상의 처분이 내려진 건 총 29건으로 이미 작년 연간 적발 건수(35건)에 거의 육박했다. 국내서 내부자거래 범죄는 최고형이 무기징역에 달할 정도로 중형범죄로 취급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금전규제는 더 강화되고 처벌대상(2ㆍ3차 정보수령자)도 확대됐다.

하지만 사법부의 처벌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낸 ‘2014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자본시장법을 어겨 법정에 선 증권범죄자 105명 중 30명(28.6%)만 실형을 선고받고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면했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미국에선 증권범죄를 중형죄로 다스리지만 우리나라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다 보니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입증이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미국은 미공개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주식거래는 전달 과정과 무관하게 내부자거래 범죄로 보고 처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보 전달 과정 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법적 처벌 수위만 높일 게 아니라 미국처럼 내부자거래에 한해 ‘고의성’이 없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내부자거래가 발생한 기업에도 책임을 지우는 식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금은 내부자거래를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조여서 피해자가 소송으로 보상받는 게 불가능하다“며 “미국처럼 내부통제에 소홀한 기업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