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즉위 70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왕실 사무국이 13일 밝혔다. 향년 89세.
푸미폰 국왕은 2009년부터 고열과 저혈압 등의 증세를 보이며 여러 차례 입원하면서 건강 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고열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192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푸미폰 국왕은 1946년 사망한 형 라마 8세에 뒤이어 왕실을 계승해 70년 동안 재위하면서 현존하는 국가 원수 중 가장 오랫동안 재위한 군주로 알려졌다. 입헌 군주로서 실권은 없었지만 태국 정치의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왕으로서 압도적인 권위를 발휘해 변화를 추인하거나 정치적 갈등을 관리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1992년에는 수친다 크라프라윤 총리와 잠롱 스리무앙 방콕시장의 갈등으로 내전 우려가 일자 둘을 왕궁으로 불러 조정을 명령했고 이는 태국 민주헌정이 확립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근왕주의를 표방하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승인해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태국 민주화에 걸림돌이 돼 왔다는 비판도 있다.
2014년에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권을 뒤엎은 군부 출신 프라윳 찬-오차 총리의 쿠데타를 추인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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