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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파문… “예술계 정치검열을 중단하라” 잇단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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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파문… “예술계 정치검열을 중단하라” 잇단 규탄

입력
2016.10.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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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좌진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좌진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에서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보도(☞ 기사 바로가기)된 뒤 이에 반발하는 시민운동이 SNS 등에서 번져가고 있다. 문화단체들의 항의 성명과 예술인들의 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비판도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나도 블랙리스트’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합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제안으로 13일 페이스북에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비판 운동이 시작됐다. 이 교수는 “문화예술의 표현을 정치적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리스트에 오른 9,473명의 문화예술인 그리고 시민 모두 참여하는 운동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운동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검열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나도 블랙리스트’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뒤 친구 3명을 지명해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나도 블랙리스트 유신망령 검열반대’ 등이 적힌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뒤 임옥상 김제동 박재동씨 등을 릴레이 인물로 지명했다.

SNS에서는 이미 블랙리스트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가득하다. “명단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내 이름을 보았다”는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는 “연출 의뢰가 들어오지 않고, 공연 대관이 거부되고 번복되는 일은 익숙한 일이 되어 버렸고, 프로덕션의 이름을 바꾼다거나 연출자의 이름에 조연출의 이름을 써넣는다던가 대관신청서에 다른 내용을 끼워 넣는 등의 방법들도 이제 익숙해졌다”고 토로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도 “블랙리스트는 리스트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이 리스트가 지극한 성의 없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문제일 것 같다”면서 “만드는 사람조차 왜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제 팔자를 한탄하며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고 비판했다.

‘#나도 블랙리스트’ 해시태그 릴레이를 시작한 이창현 국민대 교수 페이스북 계정.
‘#나도 블랙리스트’ 해시태그 릴레이를 시작한 이창현 국민대 교수 페이스북 계정.

문화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문화예술계의 규탄 성명도 잇달았다. 광주민예총은 이날 설명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문화융성 정책의 본질과 문화예술에 대한 현 정권의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된 것”이라며 “예술가들에 대한 정치검열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문화연대는 11일 “그 동안 의혹으로만 존재하던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검열의 수준이 예술가들을 길들이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에 대한 청문회 실시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문화예술위원장 및 책임자 사퇴 ▦검열을 감사할 예술검열감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지난 6월부터 검열 의혹에 항의하는 릴레이 공연을 벌이고 있는 연극인 모임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의 김재엽 연출가는 “어제부터 각종 연극단체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항의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집회 페스티벌 등 광범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위, 영화진흥위에 대한 비판과 검열 의혹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문예위원이었던 김태철 청주대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위원회임에도 인사권을 쥔 위원장과 직원들이 일을 다하면 위원들은 사후보고나 받는 식이었다”면서 “이건 들러리에 지나지 않으니 위원들에게도 심사위원 추천 등 실권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임기 2년을 반도 채우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 자진 사퇴해버렸다. 문예위원을 지낸 한 중진 문화예술인도 “지난해 4월 세월호 1주기에 문화예술위가 잘 대처하지 못하면 문화예술계의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을 기회 닿을 때마다 전했다”면서 “그럴 때마다 위원장은 곤혹스러워했고 실무진들은 어물쩡 넘어갔다”고 말했다.

배우 김혜수(왼쪽), 송강호씨.
배우 김혜수(왼쪽), 송강호씨.

한 영화제작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말 한 마디 나눈 사이도 아닌데 친하다고 알려져 영진위가 민간에 위탁한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했다. 영진위는 2011년부터 한국영화 185편에 1,186억원을 투자해왔다. 다큐멘터리 전문인 한 감독은 “해외 유명 영화제에 초청됐더라도 사회비판적인 작품은 영진위 배급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2, 3년 사이 이런 경향을 크게 체감한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제작지원작 선정 심사위원 명단을 올해부터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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