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허위공시로 관리종목 지정
지난 7월 수십억원대 소송을 당했다는 허위 사실을 공시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국내 상장 중국 기업 중국원양자원이 이번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계약 변경 사실을 공시했다. 지난번처럼 허위는 아니지만 우리 상식에는 자못 황당한 내용이어서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12일 장 마감 후 자율공시를 올렸다. 중국원양자원에 선박을 판 중국 기업 ‘금호선박공사’와 11일 협의서를 체결했는데, 이달 말까지 갚기로 한 선박 건조대금 14억4,000만여위안에 붙은 20% 이자(2억9,336만위안)를 모두 면제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원화로 환산하면 490억1,100여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금호선박이 특별한 이유 없이 받기로 했던 500억원 가량을 그냥 포기한 셈인데, 우리나라 기업이라면 당장 배임으로 처벌 받을 사안이다. 중국원양자원은 그러면서 선박건조 대금 채권채무 문제로 금호선박공사와 맺은 모든 문서와 계약서, 통지서는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원양자원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탓에 공시 전 반드시 한국거래소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사실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허위공시 전력 때문에 이례적으로 서류를 받을 때도 흑백 복사본이 아닌 원본의 스캔본을 받아 확인한 뒤 공시를 승인한다”며 “내용이 황당하긴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모두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황당한 내용 때문인지, 엄청난 호재성 공시에도 이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중국원양자원 주가는 전날보다 5.48% 하락한 1,640원에 마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