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행보로 文노믹스 시동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연일 친 기업 행보를 선보이며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경제민주화만 부르짖으며 재벌 옥죄기에 나서기보다는, 재벌과 대기업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대선 화두로 띄운 국민성장 패러다임을 구체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재인노믹스’만들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전 대표는 13일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문 전 대표 측은 “야권 주자로서 대기업 경제연구소장과의 만남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양측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갈등 조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또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관련 정책을 원점에서 고민하고, 일자리 창출 방안도 향후 논의해 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문 전 대표 측이 밝혔다. 양측은 일회성 만남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문 전 대표는 “경제를 살리는 데 여전히 재벌ㆍ대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업 역할론을 강조했다. 또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분배효과)가 어우러지는 성장이 돼야 한다”며 성장에도 방점을 찍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낙수효과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것에서 달라진 태도다.
‘반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한 모습도 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와 관련해서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문제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에서 돈을 걷어간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선 “정부가 대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앞으로는 법인세를 낮추면서, 뒤로는 막대한 돈을 준조세 형식으로 거둬가는 것은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아주 반기업적 행태다”고 기업을 두둔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당 일각에서 대기업 연구소장과 간담회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 “경제 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실용적 태도다”며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큰 역할을 하는 대기업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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