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업률 47%ㆍ진학률 34%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 효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계속 낮아져
질 나쁜 일자리 늘었다는 지적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이 7년 내리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가 숫자에 신경 쓰느라 일자리 질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472곳과 마이스터고 43곳, 일반고 직업반(옛 종합고 전문반) 77곳 등 직업계고 592곳의 올해 졸업생 11만4,225명 중 47.2%(5만3,504명)가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3일 밝혔다. 올해 직업계 고졸 취업률은 지난해(46.6%)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업계고 취업률은 7년 연속 상승 추세다. 2009년 16.7%로 최저점을 찍은 뒤 올해까지 한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상승 폭도 가팔라 이 기간에 30.5%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대학 진학률은 하락일로다. 최대치였던 2009년 73.5%였다가 올해 34.2%까지 내려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진학자를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졸자 취업률 산출 방식을 적용할 경우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72%로 지난해 대졸 취업률 67%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유형별로는 취업을 전제로 입학하는 마이스터고의 취업률(90.3%)이 두드러진다. 첫 졸업생이 나온 2013년부터 줄곧 90% 이상이다. 특성화고(47.0%)와 일반고(23.6%)보다 높다.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률 상승은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의 적극적 추진 결과라는 것이 정부 자체 분석이다. 선(先)취업 후(後)진학, 일ㆍ학습 병행의 독려가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학생 선발 과정에서 성적 대신 소질과 적성, 취업 의지 등을 반영한 취업희망자특별전형의 확대와 핵심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강화 등도 배경이라고 교육부는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가 주의를 덜 기울이는 바람에 고용의 질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3년 간의 특성화고 취업자대비 고용보험 가입비율을 보면 2013년 67.8%에서 지난해 55.9%로 11.9%포인트나 낮아졌다. 질 나쁜 일자리가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변화다.
지목되는 원인 중 하나는 교육부의 교육청 평가 지표다. 교육부는 매년 시도교육청을 평가하는 기준에 특성화고 취업률 관련 지표를 포함시키고 있는데 전체 100점 중 4점이 배점된다. ‘특성화고 취업률’에 2.5점, ‘특성화고 취업률 향상도’에 1.5점 등이다. 고용의 질과 관련한 지표는 없다. 교육부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가 차등 교부되기 때문에 각 교육청이 고용의 질보다 취업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졸 취업률 확대 정책이 학생들을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며 “교육청 평가 지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유관기관과 협약을 맺어 근무 여건이 좋고 성장 잠재력이 큰 중견기업에 고졸 채용이 확대되게 하는 등 고졸 취업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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