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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허수아비 뿔났다

입력
2016.10.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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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허수아비 뿔났다

누렇게 익은 벼를 지키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허수아비가 오늘은 잔뜩 뿔이 났다. 여름내 애지중지 지키던 벼가 알곡을 묵직하게 달고 고개를 숙이자 어떻게 알았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던 참새떼가 날아와 모조리 훑어 먹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서울 재동초등학교 운동장 구석에 선 허수아비는 억울하다는 듯 항변이다.“근무태만이 아닙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인데 난 인상 밖에 쓸게 없다고요”

수확의 계절엔 마무리가 중하고 이래저래 가을은 깊어간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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