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애니칼럼] 종교와 채식 그리고 동물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애니칼럼] 종교와 채식 그리고 동물권

입력
2016.10.13 16:00
0 0

종교 이야기를 계속해 보겠다. 채식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종교를 계속 거론하는 것은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채식을 실천하는 데 종교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먹을 것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세계 어디에서나 윤리적인 판단에 의해 채식을 하는 인구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종교적인 이유나 건강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지난 칼럼(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면 돼지가 사라졌을까)에 이슬람교와 유대교 신자들은 교리상의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이슬람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3.2%나 된다. 여기에 유대교 인구까지 합하면 전 인구의 4분의 1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는 말이다. 사실 돼지는 우리가 먹는 가축 중 가장 똑똑한 동물이다. 돼지 우리는 더러움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키워서 그렇지 자연 상태에서는 똥오줌도 가릴 줄 아는 깨끗한 동물이다. 그만큼 돼지는 사육을 할 때나 도축을 할 때 고통을 더 많이 느낀다. 이슬람교 신자와 유대교 신자 들 덕분에 불필요하고 정의롭지 못한 고통의 양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돼지는 우리가 먹는 가축 중 가장 똑똑한 동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돼지는 우리가 먹는 가축 중 가장 똑똑한 동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트교 인구는 구교, 신교 등 여러 교파들을 모두 합해서 전 세계 인구의 31.5%라 된다고 한다. 만약 돼지고기를 안 먹는 대열에 크리스트교 신자들이 동참하면 세상의 고통의 양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크리스트교 신자들은 돼지고기를 먹는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슬람교 신자와 유대교 신자가 돼지고기를 안 먹는 근거로 삼는 경전인 구약은 크리스트교에서도 받아들이는데 왜 그 교리를 따르지 않을까? 레위기 11장에서는 하느님께서 직접 이렇게 말씀하신다. “짐승 가운데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으며 새김질하는 것은 모두 너희가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새김질하거나 굽이 갈라졌더라도 이런 것들은 먹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먹을 수 없는 짐승들의 예를 구체적으로 드는데, 낙타, 오소리, 토끼, 돼지가 그것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물고기 중에서도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은 혐오스러우니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새들 중에서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계속해서 나열한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친히 말씀하셨는데 왜 따르지 않는 걸까?

왜 크리스트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따르지 않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왜 크리스트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따르지 않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구약에는 몇 가지 고기를 금하는 정도가 아니라 채식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구절도 있다. 창세기의 1장에서 “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라고 분명히 채식을 권하고, 3장에서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에게 “너는 들의 풀을 먹으리라”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그러던 것이 노아의 홍수 뒤에 9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 내가 전에 푸른 풀을 주었듯이, 이제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준다.”라고 말하여 육식을 허용한다.

글쓴이는 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성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도 찾기 힘들다. 아마 크리스트교 신자들이라고 해도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되고 성경 전체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거나 또는 구약은 몇 천년 전의 기록이므로 현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할 것 같다. 이왕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에덴 동산을 크리스트교 신자들이 언젠가 돌아가야 할 이상향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

일부 개신교에서는 신자들의 음주와 흡연을 금한다. 성경에는 술을 사용한 기록도 많고 술을 금한 기록도 있는데 술을 금하고, 당시에는 담배가 없었으니 담배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는데도 담배까지 금한다. 아마 하느님은 우리의 몸을 소중하게 돌보라는 가르침을 주셨는데 술과 담배는 우리 몸을 상하게 하니까 금해야 한다는 것이 그 근거일 것으로 생각된다. 고기는 술과 담배 못지 않게 몸에 좋지 않고 자연의 고통의 양을 늘리는데 이것까지 금하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처럼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술, 담배, 커피 등의 자극적인 음식도 금하고 육체의 건강을 위하여 채식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교파도 있다.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고린토인들게 보낸 첫째 편지 6장)라는 성경 구절에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한때 건강 운동으로 유명했던 이상구 박사의 뉴스타트 운동이나 콘플레이크로 유명한 켈로그 사가 이런 성경 해석에 기반하고 있다.

최훈, 강원대학교 교수, 철학,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저자

동그람이 페이스북 바로가기

동그람이 카카오채널 바로가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