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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춘추전국시대' 왔다

입력
2016.10.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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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 되고 있는 경륜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경륜 춘추전국시대다. 시즌 초반은 이현구, 박용범 양강구도였다. 이대로 굳어질 것 같던 흐름은 특급 신인들이 대거 가세하며 혼전양상으로 급변했다. 한 치 앞이 오리무중이다.

■ 상위 선수 기량 평준화

시즌 상반기는 이현구, 박용범, 정종진이 경륜을 주도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이들의 기세는 한 풀 꺾였다. 이현구와 박용범은 상반기 '경륜왕'을 가리는 '왕중왕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박용범은 상대 선수의 낙차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며 제재까지 받았다.

두 선수의 왕중왕전 결승 진출 실패는 이변이었다. 이현구는 2014년 그랑프리 챔피언, 2015년 다승왕, 올해의 선수상 등을 수상한 베테랑이다. 지난 3월 열린 한일전에서도 경륜 종주국 일본의 대표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며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박용범은 왕중왕전 이전까지 30연승을 기록하며 '경륜 레전드' 조호성의 47연승 기록 갱신에 도전하고 있었다. 정종진은 두 선수가 주춤하는 사이 20연승을 질주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열린 이벤트 경주에서 성낙송, 황인혁에게 일격을 당하며 우승을 놓쳤다.

황인혁, 성낙송, 박병하 등이 이현구, 박용범, 정종진의 빈틈을 파고 들고 있다. 황인혁과 성낙송은 1년여의 짧은 적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병하는 팀을 옮긴 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황인혁은 현재 한바퀴 선행력에서 최고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성낙송은 반바퀴 젖히기나 막판 결정력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한다. 이들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경륜 전문가들조차 두 선수의 기량이 어느 수준까지 향상될 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류재열, 신은섭, 정하늘까지 가세했다. 심심찮게 기존 강자들에게 일격을 가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류재열은 올 시즌 후반기 경륜 최상위 선수 등급인 슈퍼특선급(SS)을 배정받았다.

경륜 전문가들은 상위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되고 있는데다 선수 층도 매우 두터워졌다고 평가한다. 슈퍼특선급과 특선급(S)의 구분이 필요 없다는 슈퍼특선급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1인 독주시대'는 먼 얘기가 되고 있다.

■ 김해팀 독주도 막 내려

상위 선수들의 혼전 양상은 지역 연대 간 변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원할 것 같은 김해팀의 일방적 독주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김해ㆍ수도권(고양ㆍ계양)ㆍ호남ㆍ충청 등 기존 4개 연대로 구분되던 지역 연대가 충청 이남 및 이북 등 2개 연대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김해팀의 수장으로 꼽히던 박병하가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대 최다 대상 연승(7연승)에 빛나는 이명현은 자신의 연고인 광주팀으로 복귀했다.

충청권과 수도권 중소 지역은 고양ㆍ계양팀을 중심으로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황인혁, 정하늘, 신은섭 등의 선전으로 이들이 속한 수도권 연대는 김해팀에 내줬던 권좌를 되찾을 꿈에 부풀어 있다.

개인 기량으로만 따지면 성낙송이 가세한 김해팀이 화려하다. 그러나 조직력이나 결속력은 수도권이 낫다는 평가다. 그러나 현재의 기세로만 놓고 보며 두 연대간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륜 전문가는 "선수들의 전성기가 과거에 비해 계속 짧아지는 추세이고 각 지역팀들의 전력이 평준화되고 있어 경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륜 최고의 빅 이벤트인 연말 그랑프리 결과는 그야말로 안개 속"이라고 예상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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