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5일 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 전까지 감독 교체는 없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말하면 우즈벡전에 따라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13일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귀국했다. 그를 향한 반응은 차갑다. 한국은 지난 12일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졌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완패였다. 더구나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뒤 “세바스티안 소리아(33ㆍ카타르 공격수) 같은 선수가 없어서 그렇다(졌다)”는 말을 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사태가 확산되자 그는 다음날 테헤란 현지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선수 탓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이 최종예선 A조 3위까지 떨어져 본선행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감독 교체까지 거론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 9월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계약돼 있다.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면 러시아 월드컵까지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귀국 기자회견에서 거취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내 거취와 별개로 대표팀은 하던 대로 준비하겠다”면서도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지난 12년 동안 대표팀 감독이 몇 번이나 바뀌었나. 평균 재임기간이 15개월 정도다. 감독을 새로 선임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 동안 감독들이 바뀌면서 경기력 향상이나 K리그 발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나는 내일이라도 나가면 그만이지만 새 감독을 선임할 때는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실제 2002년 4강 신화를 달성한 거스 히딩크(70) 감독 이후 14년 동안 대표팀 사령탑은 8번이나 바뀌었다. 한국대표팀 감독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이유다.
대한축구협회도 일단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5차전까지 감독 교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용수(57)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우즈벡과 경기 전에 감독을 바꿀 일은 없다. 우즈벡전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즈벡전에서 잘못되면 나부터 사임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 할 때부터 “만약 감독이 중도 경질되면 그 전에 내가 먼저 책임지고 나갈 것이다”고 누차 강조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전에서 승리는 물론 경기 내용에서도 합격점을 받아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코치 보강 등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이 지금 체제에서 변화를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즈벡전까지는 그대로 간다”고 확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리아 발언으로 선수들과 관계가 틀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먼저 (유럽으로) 복귀한 선수들하고는 얘기를 못 했고, 같이 귀국한 선수들과는 얘기해서 오해의 소지는 남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격수 김신욱(28ㆍ전북)도 “감독님의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 처음에 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이후 면담으로 다 풀렸다. 먼저 복귀한 해외파 선수들도 감독님 말씀을 이해하고 있고 오히려 감독님을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우즈벡전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확정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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