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부도시 알레포가 연일 이어지는 폭격으로 초토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책임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가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3일 “미ㆍ러 양국 관계가 1970년대 이후 가장 좋지 않다”며 내린 진단이다.
실제 미ㆍ러 양국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투자자포럼에서 “러시아는 시리아 공습에 대한 서방의 협박과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이 반러시아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공습을 둘러싼 전쟁범죄 논란을 ‘반러시아 히스테리’ ‘서방국의 협박’으로 규정하며 맹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러시아군도 이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잇달아 시험 발사하며 핵전력을 과시했다. 두 미사일 모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
러시아의 과격한 반응은 지난달 19일 미국과 러시아가 중재한 휴전이 무산되고, 이달 3일 미국이 “러시아와의 정전 협정 논의는 의미 없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부터다. 이후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는 반군 거점 도시들을 무차별 폭격, 민간인이 최소 305명 숨졌고 이 가운데 57명은 어린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반군 핵심 지역 중 하나인 알레포의 경우 하루 50여 차례 무차별 공습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테러리스트를 겨냥했을 뿐”이라며 민간인 살상을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양국 간 견해차가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방을 대표해 프랑스가 지난 8일 ‘알레포 사태 해결을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러시아가 거부했고, 반대로 러시아가 제안한 결의안에 대해서는 서방 이사국들이 반발했다. 러시아는 “프랑스가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의안을 일부러 안보리에 제출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오는 19일 예정이었던 프랑스-러시아 정상회담을 위한 프랑스 방문일정을 갑자기 연기한 상태다. 인디펜던트는 “안보리마저 알레포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시리아 상황은 당분간 미ㆍ러의 ‘강 대 강’ 대치 속에서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15일 미ㆍ러 외교장관이 스위스 로잔 회담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난 것은 최근 미국이 러시아와의 시리아 정전협상 중단을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로잔 회동 이튿날인 16일에는 런던에서 시리아 사태 논의를 위한 두 번째 국제회의가 개최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