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문제를 빼내 학원가에 유포하며 ‘족집게’ 강의를 했던 스타 강사가 실형 선고를 받았다. 스타강사에게 뒷돈을 받을 목적으로 문제를 넘긴 현직 교사 2명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하태한 판사는 1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국어영역 전문강사 이모(48ㆍ구속기소)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이씨에게 출제 지문 등을 알려준 현직 국어교사 박모(53ㆍ구속기소)씨와 송모(41)씨는 각각 징역 1년 실형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하 판사는 “유출된 것이 개별 문학작품과 출제방식 등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었고, 실제 관련 내용이 상당 부분 출제됐다”며 “수능 모의평가의 공정한 관리와 운영에 대한 신뢰를 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하 판사는 “이씨가 국어영역 전문 학원강사로서 시험문제 개발과 관련해 거래해오던 박씨와 결탁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죄질이 좋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교사 박씨는 올해 4월 평소 알고 지내던 교사 송씨가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위촉돼 출제본부에 입소한 것을 알게 되자 “이번에 들어가면 (문제를) 잘 보고 기억해와라” “이○○이 잘 돼야 우리도 잘 되지 않겠느냐”며 ‘검은 거래’를 제안했다. 이에 응한 송씨는 지난 5월 경기 시흥시 도로변 차량 안에서 박씨를 만나 문제 검토과정에서 암기한 국어과목 출제 지문 형식과 내용, 주제, 출제 방식 등을 알려줬다.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흘린 것이다. 박씨는 6일 뒤 송씨에게 들은 내용을 학원강사인 이씨에게 고스란히 알려줬다.
이씨는 2007년쯤부터 문제집에 실을 문제를 받는 대가로 박씨에게 문항당 7만~8만원을 줬고, 박씨는 모의평가 검토위원인 교사 송씨 등 7명에게 문항당 3만~5만원에 ‘문제출제 하도급’을 맡기는 식으로 차액을 챙겼다. 이씨는 박씨에게 수년 동안 총 3억6,000만원을 건넸다.
모의평가 문제를 입수한 이씨는 그 해 5~6월 경기 안양 일대 학원 9곳에서 강의를 하며 학원가의 유명 강사를 뜻하는 ‘1타 강사’행세를 했다. 6월 모의평가에서 국어영역 지문 12개 중 8개, 전체 45개 문항 중 32개 문항이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학원의 자금 5억8,8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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