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제 위협 느낄 정도” 北 마약 병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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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체제 위협 느낄 정도” 北 마약 병폐 심각

입력
2016.10.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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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보위성 범죄 백서에서 드러난 실태

“마약만이 뭉칫돈 벌 수 있는 길”

제조 밀매 관련 강력범죄 만연

“사상의식 마비시키는 독소”

北 당국 공개총살까지 시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월 6일 평양에서 열린 제7차 당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외부사상 유입과 변태적인 생활양식을 “체제를 위협하는 독소”라고 혹평했지만,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주민들이 돈벌이 수단인 마약에 취해 인면수심의 강력범죄를 일삼는 자본주의형 퇴폐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보위성이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 이후 작성해 각 지역에 하달한 ‘군중정치사업제강’은 북한 사회 내부의 낯뜨거운 범죄 실상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어 ‘범죄 백서’로 불릴 만하다. 그간 탈북자를 통해 간간히 알려져 왔던 북한의 마약 문제는 내부 공식 문건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 당국이 공식 문건에 마약 문제를 적나라하게 적시하며 단속 강화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마약 문제가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본보가 12일 입수한 사업제강 문건에 따르면, 함경남도에 사는 박모 씨는 2009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5㎏의 마약을 제조해 10여명에게 40여 차례 밀매했고, 다른 일당 10여명과 2,000여회나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박모 씨는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마약 제조와 밀매로 2,400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평안남도에 거주하는 여성 오모 씨는 “마약 제조만이 뭉칫돈을 벌 수 있는 길이다”라고 떠벌리고 다니면서 20여명에게 마약을 160여차례 팔아 수천 만원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당국이 “마약은 사상의식과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독소”라며 강력 경고하고 있는데도 주민들은 마약을 거리낌없이 제조하고 유통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마약 제조ㆍ밀매가 연쇄적인 강력 범죄도 야기하는 양상이다. 신의주에 사는 김모 씨는 지난 1월 마약 밀매로 쌓인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전주(錢主)를 찾아갔다가 거절당하자, 부엌에 있던 젓가락으로 가슴 부위를 여러 번 찌르고 가스곤로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후 현금 15만원과 중국 돈 994위안을 훔쳐 달아나다 붙잡혔다. 또 다른 김모 씨는 중국 화교 여성과 공모해 4.5㎏의 마약을 밀매하다 적발돼 지명수배로 쫓기던 중, 보위성 검열성원의 단속에 걸리자 칼로 목을 베고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만경대혁명사적지기념품공장을 시찰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마약 복용 후 환각 상태에서 저지른 인면수심의 강력 범죄와 문란한 퇴폐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평안북도의 두 남성은 2013년 3월 16세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했고, 이어 다른 여성의 집에 찾아가 마약을 함께 흡입하면서 중학생 딸까지 유린했다고 문건은 적시했다. 신의주의 한 방직공장 직원 최모씨는 2013년 4월부터 5명의 여성과 함께 30여차례에 걸쳐 마약을 복용했고, 휴대폰으로 자신의 성행위 장면까지 촬영해 유통시키다 적발됐다. 또 다른 공장 직원 김모 씨도 2014년 말까지 5년간 50여회에 걸쳐 마약을 복용했고 휴대폰으로 음란물을 촬영ㆍ제작해 유포하다가 당국의 단속에 걸렸다.

이처럼 마약 관련 강력ㆍ퇴폐 범죄가 만연하자 북한 당국은 문건에서 “불순분자의 강력범죄가 사회의 정치적 안전에 위험을 조성하고 있다”며 “인간쓰레기들을 선군의 총대로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겠다”며 공개총살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때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정권 차원에서 마약을 제조해 외국으로 밀매시킨 정황으로 국제사회로부터‘마약 불량국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북한 외교관들이 마약을 밀매하다가 적발돼 추방된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사회의 마약 단속이 심해지자 북한에서 생산되는 마약이 외국 대신 북한 주민으로까지 퍼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2014년 형법을 개정해 마약 관련 범죄를 반국가범죄로 분류하며 강력 단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민들의 마약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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