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과제 때문에 몇 년 만에 연주홀을 찾았어요. 오랜만에 공연 예매사이트 들어갔다가 ‘대박’을 만났죠.”
지난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내한공연’이 끝나자 대학생 김미리(21)씨가 신이 나서 말했다. 전 단원이 입을 모아 부른 앙코르곡 ‘아리랑’을 듣고 기립박수를 치며 공연장을 빠져 나온 김씨는 “이런 제도가 있는 줄 오늘에야 알았다”며 “앞으로도 종종 보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앉은 좌석은 S석인 B블록 22열 3번. 정가 18만원의 공연티켓을 단독 1만원에 거머쥐었으니 나올만한 반응이다.
비결은 예술의전당이 시행하는 ‘당일 할인 티켓’제도다. 24세 이하 청소년, 70세 이상 장년 등을 대상으로 한 이 제도는 전당의 기획공연은 물론 공연장을 대관한 공연기획사 중 일부도 동참한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전당 홈페이지에서만 예매 가능하다”며 “미리 공개하면 일반 티켓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할인 공연은 당일 아침 공개한다”고 말했다.
티켓 할인 정책이 다양해지면서 같은 등급 좌석 가격이 최소 10~20%에서 최대 20~30배까지 차이 나는 공연이 늘고 있다. 고가의 클래식 공연은 물론 뮤지컬, 연극 등도 최근 ‘폭탄 세일’이 부쩍 잦아지면서 제 값 다 주고 공연 보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연전문지 ‘더 뮤지컬’이 10월호에서 공연관람객 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번 공연 보는 중 정가로 티켓을 사는 경우는 1.82번에 불과했다. 단 한 차례도 정가로 티켓을 구매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도 18.9%나 됐다. 공연별 평균 할인율은 25.7%였다.
클래식의 경우 ‘당일 할인 티켓’처럼 공연장 할인 행사에 기획사가 참여하거나 패키지, 조기예매 시 할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롯데콘서트홀도 공연 3시간 전부터 24세 이하 청소년에게만 파는 ‘러시 티켓’ 제도를 운영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티켓은 8월 31일 열린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의 ‘시몬 보카네그라’ 연주회로 25만원짜리 S석 티켓 31장이 3만원에 팔렸다. 공연 할인 정보는 전날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으로 공지한다.
당일 할인 제도를 상시 운영하지 않는 세종문화회관은 오페라 ‘맥베드’(11월 24~27일)등 하반기 제작 공연 5편을 1만8,000원에 묶은 ‘올 패스’ 티켓을 처음 내놨다. 26일부터 만 15~24세 청소년, 선착순 500명에게 판매한다. 정기공연 중 10편 이상 구매시 40% 할인하는 국립극장의 ‘프리 패키지’, 정기공연 전 회 예매시 30%, 5회 구매시 20% 할인하는 서울시향의 패키지는 전통적인 할인 프로그램이다.
연극 뮤지컬의 경우 할인 정책이 한층 복잡한데다 게릴라성 이벤트가 많아 발품 팔수록이득을 본다. 일례로 뮤지컬 ‘킹키부츠’의 경우 9월 2일 첫 공연부터 지금까지 진행한 할인 행사만 ‘추석위크’, 빨간 아이템을 착장하면 30% 할인한 ‘레드&블링블링’ 등 20가지에 달할 정도다. 노민지 클립서비스 홍보 과장은 “세일즈 프로모션이 너무 다양해져서 비행기 티켓처럼 같은 등급의 좌석이라도 예매처 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프로모션 뜨면 디씨인사이드 갤러리 등에 정보가 올라오지만 암호화해 띄우기 때문에 ‘해독’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할인율이 최대 80%에 달하는 인터파크의 ‘굿모닝 티켓’, ‘시크릿 티켓’과 예스24의 ‘엔젤 티켓’ 등은 구매 제한 시간이 있어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매일 아침 10시에 공지되는 인터파크의 ‘굿모닝 티켓’은 그날 하루만 살 수 있다. ‘엔젤 티켓’은 해당 공연이 일주일에 4, 5개 정도다. 좌석 등급을 가린 채 일괄 3만원에 파는 ‘시크릿 티켓’은 간헐적으로 공지된다. 티켓을 받아봐야 좌석등급을 알 수 있지만, 최소 등급 좌석보다 티켓값이 싸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앱을 다운받으면 수시로 할인 쿠폰이 날아오는 카카오톡 공연티켓친구, 플레이디비앱도 공연 마니아 사이에서는 필수 아이템이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김준수 조승우 등 스타들이 출연하는 공연은 할인이 거의 없는데 공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최근에는 이런 공연도 할인 행사를 열 때가 있다”며 “아직은 더블 캐스트 된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대폭 할인해 재관람을 유도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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