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강원 강릉시 사천면에 위치한 강원도 농업기술원 특화작물연구소 온실. 씨감자 수경 재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외국인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아프리카 케냐와 남미 에콰도르, 스리랑카 농업 연구원인 이들은 강원도의 씨감자 기술을 전수 받기 위해 지난 10일 방한했다.
감자는 개발도상국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작물이다. 그러나 케냐와 에콰도르, 스리랑카의 씨감자 보급률은 3~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좀처럼 생산량이 늘지 않는 이유다. 파울 고메즈(34) 에콰도르 농업혁신청(INIAP) 연구원은 “수경재배 기술력 부족으로 씨감자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지역은 국내 노지 물량의 30%, 고랭지의 경우 사실상 전량을 생산하는 감자 주산지다. 특히 강원도가 보유한 감자 재배 노하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에는 ‘오륜’품종을 새로 개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품종은 줄기가 튼튼해 수확기까지 쓰러지는 현상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 수미품종보다 생산성이 높고 역병에 강해 비료와 농약을 적게 사용해도 되는 등 경쟁력이 있다. 개도국에 보급할 경우 식량난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감자 양액재배에서 조직배양, 증식, 병해충 관리에 이르는 시스템을 접한 외국 연구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케냐 농업연구청(KALRO) 연구원 쥬디스 온디소(41ㆍ여)씨는 “케냐의 씨감자 보급률은 2%에 불과하다”며 “한국에서 무병 씨감자 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에서 사용하는 감자 바이러스병 검정기술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고 감탄했다. 아룰라프 조지 스리랑카 농업부(DOA) 부원장은 “수준 높은 재배기술을 갖고 있는 농업기관이 농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스리랑카에 돌아가면 이 시스템을 즉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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