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가 없었던 집권여당의 보이콧 탓에 야당만의 반쪽으로 시작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일 정상화하고 반환점을 돌았지만 역시나 낙제점을 향하고 있다. 민생을 살피고 정책을 내놓기보다 정쟁을 일삼고, 증인 채택을 둘러싼 파행, 호통과 모욕이 오가는 막가파식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12일 중간 성적을 내고 “모니터를 시행한 18년 만에 처음으로 통탄스런 F학점을 줄 수밖에 없는 초유의 국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소야대의 힘으로 통과된 여파가 컸다. 26일 시작된 국감부터 새누리당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30일까지 닷새 간 국감이 실시되지 않은 피감기관은 235곳 중 98곳(41.7%)이나 됐다. 나머지 137곳도 야당만의 질의로 볼썽사납게 진행됐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철회로 여당이 국감에 합류한 뒤에는 국정감시ㆍ견제ㆍ대안제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구태 국감이 재현됐다. 모범을 보여야 할 당 지도부의 국감장 부재, 근거의 제시보다 의혹 확산에 주력하는 야당,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아마추어식 질의, 고성과 호통, 모욕과 몰아세우기 식 질타, 이에 따른 피감기관의 답변 거부, 증인 채택 공방에 이은 국감 파행 등으로 국감장이 얼룩지고 있다. 게다가 피감기관의 자료 제출 지연 및 거부를 비롯해 불성실한 답변까지 더해져 국감 무용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측근의 증인 채택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여당의 비타협적 태도도 문제지만, 국정 전반을 아울러야 할 국감 정국에서 마치 정권의 명운이 걸린 양 미르ㆍ K스포츠재단 의혹 공세에만 집중하는 야당의 전략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 측근 최순실씨의 딸이 재학 중인 이화여대 총장의 증인 신청을 두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지난 6, 7일 이틀 간 파행을 거듭, 하루를 넘겨 국감을 종료하는 ‘주파야감(낮에는 파행, 밤에는 국감)’의 비효율을 보여줬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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