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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로부터 검정고시 합격증 받은 검사 무슨 사연이...

입력
2016.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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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화 부산지검 강력부 검사가 4년 전 구속시킨 재소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재소자인 A씨는 중등 검정고시 합격증과 함께 “앞으로 법을 지키며 잘 살겠다”고 다짐했다. 대검찰청 제공
서정화 부산지검 강력부 검사가 4년 전 구속시킨 재소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재소자인 A씨는 중등 검정고시 합격증과 함께 “앞으로 법을 지키며 잘 살겠다”고 다짐했다. 대검찰청 제공

“검사님께서 보내주신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여 죄인이 오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4년 전 검찰 조사를 받고 복역 중인 20대 재소자가 당시 수사 검사에게 올바른 길로 인도해줘서 고맙다며 감사 편지와 함께 중등 검정고시 합격증을 보내왔다. 편지를 받은 주인공은 서정화(37ㆍ사법연수원 38기) 부산지검 강력부 검사.

A씨는 2011년 칼을 소지하고 상점에 들어가 돈을 뺏은 혐의로 구속됐고 법원에서는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수사 당시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서 검사에게 감동을 한 A씨는 “앞으로 달라지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었다. 서 검사는 2년 전 A씨에게 검정고시 수험서를 보내줬다.

흔한 수험서였지만 A씨에겐 인생을 바꾼 책이 됐다. A씨는 지난 6월 서 검사에게 “죄인의 신분으로 검사님 앞에 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며 “보내주신 책들이 저에게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편지를 썼다. “책 읽으면서 저 자신을 다스리고 잘못된 행동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이제 출소하면 부모님 챙기고 땀 흘려서 일하고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나라에도 죄인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법과 양심을 지키며 살겠다”는 다짐도 적었다.

그로부터 2달이 지난 8월 말, A씨는 서 검사에게 중등 검정고시 합격증 원본과 함께 편지를 보내왔다. A씨는 편지에서 “졸업장을 받아보니 검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원본을 보낸다”며 “내년에 출소하면 찾으러 가겠다”고 썼다. 요즘은 고등학교 공부를 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다.

서 검사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당장 밥을 해 먹을 쌀 한 톨 없이 아이들을 키우는 피의자의 형편을 듣고 피해자에게 합의금 20만원을 자비로 대신 지급하는가 하면, 성폭력 피해자가 어릴 적 잃어버린 어머니를 직접 수소문해서 찾아주기도 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재소자들에게 격려의 편지와 수험준비 서적, 교양서적을 선물해 30여통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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