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대에서 후계자 지명 없이
집단지도체제 유임 포석 가능성
왕치산 등 ‘불문율’ 대상자 거취와
공청단ㆍ상하이방과 세 다툼이 관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예정된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후계자 지명을 하지 않고 자신의 장기 집권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가의 10년 집권 불문율과 7상8하(七上八下) 묵계가 깨질 가능성이 커 반대 세력과의 계파 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확고한 1인 독재 체재를 구축 중인 시 주석이 ‘한 차례 연임 10년 집권’ 불문율을 깨고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공산당은 서열 1순위인 주석을 필두로 최고 지도부인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이 ‘집단 지도 체제’를 구성해 중국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집권 후 무려 4년 동안 ‘반(反) 부패’ 작업을 벌이며 정적을 숙청했고, 주석이 직접 챙기는 외교ㆍ국방 외에 총리가 맡던 경제까지 직접 관여하며 절대 권력 체제를 확고히 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시 주석이 내년 19차 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며 장기 집권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공산당에서는 5년 임기의 주석직을 한차례 연임해 10년 집권을 하는 게 관례화 됐고, 이를 위해 두번째 집권기를 앞두고는 후계자를 확정해 권력 승계의 발판을 마련해 왔다. 2012년 총서기에 오른 시 주석도 내년 당대회에서는 후계자를 확정해야 하지만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최근 뉴욕타임스도 베이징 고위층을 인용 “시 주석이 후계자 확정을 늦추는 방식으로 장기 집권의 포석을 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ㆍ69)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거취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69세의 왕 서기는 공산당의 또 다른 불문율인 ‘7상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묵계에 따라 은퇴 대상이다. 하지만 왕 서기는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데다가 시진핑 정권의 핵심 작업인 반부패 청산의 총 책임자다. 시 주석이 반부패 개혁을 완성한다는 명목으로 그를 유임시키면서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기 위한 ‘전례’를 마련할 가능성도 크다.
10년 집권과 7상8하 묵계는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석 자리에서 물러나며 만든 불문율이다. 고위급 정치인을 70세 전에는 퇴진시켜 마오쩌둥(毛澤東)의 장기집권과 같은 폐해를 막자는 목표다. 덩샤오핑이 마련한 원칙은 1990년 이후 중국 공산당의 권력 이양을 순조롭게 하고 정치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공산당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온 내규로 명시적 규정은 아니다. 시 주석은 후계자 지명을 늦춰 검증을 충분히 하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도 키울 수 있지만 공산당 내부에선 후계자 다툼의 장기화에 따른 암투가 커질 부작용이 크다.
결국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은 제 19차 당 대회를 둘러싼 공산당 계파의 힘 대결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과 그의 지지 세력인 태자당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공청당,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상하이방 세력과 치열한 물밑 투쟁을 벌여 왔다. 차오무(喬木) 베이징외국어대 국제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주임은 “외견상 시 주석이 강력해 보이지만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FT에 말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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