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대출사기 거래에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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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의 대출사기ㆍ도박 자금 거래에 이용된 대포통장을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대포통장에 입금된 범죄수익까지 가로채 부당수익 수십억원을 올렸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포통장 판매 총책 이모(32)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송모(42)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1년여 간 유령회사 법인 명의로 통장 400개를 개설한 후 대출 사기범들이나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판매해 6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일당은 취업준비생 등 경제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소개 받아 생활비 100만원을 주는 대가로 명의를 빌려 유령회사를 세운 뒤 대포통장을 개설했다. 이후 통장 구입을 원하는 이들에게 개당 110만~150만원을 받고 팔았고, 통장 유지비로 매달 100만원도 별도로 챙겼다.
조사 결과 불법 유통된 대포통장 200여개는 최근까지 5,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사기 및 도박자금 관련 거래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등은 대포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은행에 부정계좌로 신고해 출금을 막는 수법으로 범죄 수익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또 대포통장 현금카드를 재발급 받은 후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사용해 직접 현금을 인출하거나 통장 구매자에게 ‘계좌 정지를 풀지 않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명의 대여자에게 ‘명의가 도용됐다’고 진술하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교육하는 등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며 “대포통장 규모가 큰 만큼 유통 경로를 확인해 공범 여부 등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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