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학생 수백명 대의 소규모 학교 등장은 필연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학교들을 통폐합하는 대신 일부 학교를 모델 학교로 선정해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등 작은 학교들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1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형 작은 학교 정책’을 발표했다. “저출산과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늘고 있는 서울 도심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대신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교 환경과 여건에 맞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학생 수 100~200명인 서울 지역 학교 가운데 위치와 역사적 상징성, 중장기 학생 배치 계획 등을 감안해 8개 초등학교(개화 교동 북한산 본동 용암 양남 재동 한강)가 선정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들 학교는 내년 1학기부터 교육청에서 받는 지원금(학교당 평균 1억 1,000만원)으로 각 학교별 강점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컨대 북촌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재동초등학교는 전통공예 교실, 국악 오케스트라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북한산초등학교는 근처 숲을 활용해 야영시설을 갖춘 ‘숲 속의 학교’에서 환경 수업을 실시하는 식이다.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도울 전문상담사를 배치하고 스쿨버스도 지원하기로 했다.
거주지는 없고 직장만 밀집해 있는 도심 속에 있다는 지리적 특징이 학생 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번 정책에서는 이를 역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학교 인근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부부가 출근할 때 자녀를 등교시킨 뒤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학교에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일부 학교(한강)에 ‘원스톱 에듀케어 지원시스템’을 도입한 뒤 다른 학교들로 확대하기로 했다. 학군과 관계없이 맞벌이부부나 직장을 다니는 엄마라면 해당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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