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와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 연작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를 출연시켜 그를 스타덤에 올린 미국 NBC방송이 자사에서 녹음된 트럼프의 ‘음담패설 테이프’가 공개된 후 곤란에 빠졌다. 특히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 전 NBC도 내부적으로 이를 인지했다는 보도와 더 심한 발언도 수두룩하다는 관계자 발언이 나오면서 NBC는 추가 영상을 공개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NBC는 WP가 테이프를 공개하기 전 트럼프의 대화 상대인 ‘액세스 헐리우드’ 진행자 빌리 부시 등을 통해 이 테이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공개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는지 법무팀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직원 중 누군가가 테이프를 WP로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일간지는 이 소식을 전하며 “NBC가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여 특종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1일 과거 트럼프와 NBC의 ‘특수관계’를 재조명하며 “NBC가 사실상 트럼프의 성공한 기업가 이미지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NBC가 보유 중인 과거 트럼프의 영상과 음성을 공개하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어프렌티스’ 시즌 1ㆍ2 제작에 참여했던 프로듀서 빌 프루이트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확언하건대 음담패설 테이프보다 더 심한 게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AP통신은 트럼프가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여성을 신체 사이즈로 지칭해 부르거나 성희롱으로 간주할 수 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파문이 커지자 NBC는 트럼프의 대화 상대인 빌리 부시에게 출연금지 징계를 내리는 반면 “‘어프렌티스’의 미방영분을 갖고 있지 않다”며 프로그램 제작자 마크 버넷과 이를 인수한 MGM에 책임을 돌렸다. MGM측은 “법과 계약에 따라 미방영 녹화분을 공개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지만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의 평가에 도움이 될 자료를 공개할 ‘도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CNN방송의 자매뉴스서비스 CNN머니는 NBC가 내부적으로 ‘어프렌티스’의 대본과 미방영 영상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NBC에서 방영된 ‘어프렌티스’는 트럼프가 10여명의 참가자들 가운데서 트럼프 기업의 자회사 중 하나를 운영할 1인을 뽑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트럼프는 2012년 당시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NBC의 방송 중단 권유로 포기한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출신”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려 프로그램을 방영한 NBC 역시 도덕적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 출마를 결행한 이후 NBC는 트럼프의 출연을 중단시키고 ‘어프렌티스’의 주인공으로는 헐리우드 스타 출신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모델 타이라 뱅크스 등을 기용했으나, 올해 초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트럼프를 출연시키며 다시 트럼프와의 특수관계 논란에 휩싸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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