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애플이 11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격돌했다. 2011년부터 벌이고 있는 디자인 특허침해 다툼의 배상금 규모를 다투기 위해서였다. 대법관 심리 직후, 미 법조계에서는 이미 지불된 배상금의 감액을 예상했다.
이날 오전 10시 워싱턴DC 1번가 1번지 연방대법원 1층 법정에서 열린 심리의 쟁점은 1, 2심이 판결한 갤럭시S의 특허 침해로 삼성이 판매 이익의 전부를 배상해야 하느냐 여부였다. 1, 2심 배심원단은 특허침해를 인정한 뒤, 1880년대 제정된 법을 근거로 이익금 전액인 3억9,900만달러(4,500억원)를 애플에 지불하도록 평결한 바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은 20만개 이상의 특허기술이 어우러진 복합 제품인데 단 3건의 특허 침해를 이유로 이익 전부를 배상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리를 폈다. 1, 2심은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특허(D677) ▦액정화면에 베젤(테두리)을 덧댄 특허(D087) ▦계산기처럼 격자 형태로 애플리케이션을 배열한 특허(D305) 등 3건의 침해를 인정한 바 있다.
삼성 측 캐서린 설리번 변호사는 “스포츠카나 폴크스바겐의 ‘비틀’을 살 때, 디자인 일부만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1887년 제정된 특허법 289조 ‘디자인특허 침해 시 해당 제조물품 판매에 따른 전체 이익금을 배상하라’는 규정을 적용한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디자인 특허 침해가 적용된 사례는 100여년전 ‘카펫’디자인 도용 사례가 유일하다”며 “카펫과 스마트폰을 동일 기준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관들의 질의와 참고인으로 출석한 미 정부 관계자도 삼성에 우호적이었다. 브라이언 플래처 법무부 차관보는 “복수 부품으로 구성된 제품에서는 배상금을 디자인이 적용된 부품에 의한 이익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삼성 편을 들었다.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도 “스포츠카를 살 때 디자인뿐 아니라 크기, 연식, 성능 등을 골고루 따져보고서 산다고 생각하는데, 외관이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느냐”고 플래처 차관보에게 물었다. 플래처 차관보는 “제가 답변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 설문조사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애플도 배상액 축소를 예상하는 모습이었다. 애플 측 세스 왁스먼 변호사는 배상액 산정과 관련, “배상액은 1, 2심 배심원단이 판단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답변했다. “특허를 침해한 일부 디자인을 이유로 이익금 100%를 내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느냐”는 대법관들의 질문을 회피하려다가,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게서 답변할 것을 요구 받고서야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들의 질문이 애플에 집중된 만큼 이익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하급심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연방 대법원은 이날 구두심리를 토대로 내년 초 최종 판결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이 디자인 특허 침해를 이유로 이미 애플에 내준 3억9,900만달러 중 일부를 돌려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적정 배상 비율 결정은 하급심에 위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비율을 둘러싸고 또 다른 법정 대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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