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31)씨가 연주회를 앞두고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부산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권씨는 12일 0시 30분께 해운대구에 있는 한 호텔 앞에 도착한 택시에서 숨졌다. 권씨는 이날 움챔버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공연을 앞두고 전날 서울에서 부산으로 왔다. 리허설을 끝내고 저녁에 부산 남구의 친구 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셨고 밤 12시 10분께 택시를 타고 숙소인 해운대 호텔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택시기사 김모(58)씨는 “권씨를 흔들어 깨웠으나 숨을 쉬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며 “목적지로 가던 중 광안대교에서 권씨가 코를 골며 잠을 잤고 목적지에 도착해 깨웠지만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권씨의 소지품에서 부정맥과 관련된 약을 발견했으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하기로 했다.
3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권씨는 7세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비학교에 입학했고, 9세인 1995년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에서 유학했다.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공화국 옐친 대통령 초청으로 연주회를 가지며 ‘바이올린 영재’로 이름을 알렸다. 2004년 덴마크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후, 이듬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6위 입상 등으로 일찍부터 주목 받은 바이올리니스트다.
2004년 대한음악협회 올해의 신인대상, 2006년 제2회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했고 2012년 안양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어 2년간 관현악과에서 가르쳤다. 최근까지 칼라치 콰르텟, 올림푸스 앙상블, MIK 앙상블, 오푸스 앙상블 등에 참여하며 독주뿐만 아니라 실내악 연주활동도 활발하게 선보였다. 1996년부터 권씨를 후원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관계자는 “20년 간 가까이서 지켜본 권혁주는 늘 연주 전날부터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하고, 리허설 시간에도 항상 20분 먼저 도착해 준비하는 엄격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며 “늘 직접 운전을 했는데 바쁜 연주 스케줄이 건강상에 큰 무리를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빈소는 13일 서울 보라매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며, 발인은 15일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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