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이 되면 보름달처럼 부푼 배 때문에 발톱 깎기가 버거워진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나는 은근히 그럴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방석 깔고 마루에 앉아 둥근 배를 어쩌지 못해 낑낑대면 얼마나 우습고 재미날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발톱이 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발톱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건 임신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였는데, 손톱은 조금씩 자라도 발톱은 내내 그대로였다. 사흘에 한 번 정도는 샤워를 할 때마다 면도기로 다리 제모를 했었는데, 그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내 다리는 출산을 할 때까지 아무 것도 자라지 않아 매끈했다. 내 체구가 작은 편이라 나는 행여 아기도 작을까봐 마음을 앓곤 했다. 초음파 검진 때면 의사는 아기의 예상 몸무게를 알려주었는데 평균치에 조금이라도 미달된다 싶으면 나는 당장 소고기와 과일을 사다 놓고 양껏 먹어치웠다. 두부와 감자를 싫어했지만 그것도 억지로 먹었고 아파트 20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도 했다. 늦은 나이의 출산이라 온통 겁먹을 일 투성이었다. 임산부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먹었는데 뱃속에서 쑥쑥 자라는 아기에겐 그것도 부족했나. 나는 하나도 자라지 않은 발톱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하긴, 나보다 몇 달 이르게 쌍둥이를 가진 내 친구는 양쪽 고관절이 저절로 부러졌다. 뼛속 칼슘이 다 빠져나가 그런 거라고 했다. 쌍둥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치료 방법이 없어 친구는 휠체어에 앉아 통증을 참으며 만삭을 보냈다. 나는 소파에 앉아 부푼 배를 도닥이며 물었다. “너 거기서 엄마 발톱 먹고 있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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