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와 행정부가 '쪽지예산'을 놓고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쪽지예산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인지가 쟁점이다.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이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유권해석을 하자, 여야는 한 목소리로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정부가 예산을 마음대로 하려는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쪽지예산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관련 예산 등을 쪽지로 담당 공무원이나 의원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도 정치적 논란이 거세다. 최근에는 카톡예산, SNS예산으로 불린다.
논란은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이 10일 "쪽지예산이 김영란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여야는 11일 예산심의ㆍ확정은 공익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국회 고유 업무라는 논리로 김영란법의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주광덕 새누리당 간사는 "쪽지예산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부정청탁이 아닌 법상 예외사항”이라고 말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쪽지예산도 지역구 사업이라는 공익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예결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김영란법은 공익 목적이거나 공개ㆍ공식적으로 이뤄지면 부정청탁의 예외로 본다"며 "쪽지예산도 구두가 아니라 정식으로 서류를 접수하는 방식으로 하면 예외조항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주도한 김기식 더민주 원내대표 정책특보는 "기재부가 위법한 월권 해석을 했다"며 "예산심의ㆍ확정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국회의 고유 업무이자 권한으로 예산과 관련해 국회의원이 어떤 의견이나 요구를 하는 것을 부정청탁이라 보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반대에도 불구, 예산당국인 기재부는 정식 심의ㆍ편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쪽지예산이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쪽지예산이 김영란법 제5조 1항 8호인 '보조금ㆍ장려금ㆍ출연금ㆍ출자금ㆍ교부금ㆍ기금 등의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특정 개인ㆍ단체ㆍ법인에 배정ㆍ지원하거나 투자ㆍ예치ㆍ대여ㆍ출연ㆍ출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로 본다는 유권해석이다. 기재부는 이미 김영란법 시행일(9월 28일) 이전 내부 검토와 법률 자문 등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대해 김영란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쪽지예산이 의원 개인의 특정이익과 관련돼 있다면 법 위반이나,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부정청탁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나 공익성에 대한 최종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어, 쪽지예산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상현ㆍ전혼잎ㆍ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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