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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파동이 약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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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파동이 약이 되려면

입력
2016.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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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을 발표하고 국가기술표준원이 갤럭시노트7 사용·교환·신규 판매를 모두 중지하라는 권고를 내린 11일 인천공항 출국장 수속 카운터 앞에 갤럭시노트7을 위탁수하물에 넣지 말고 기내에서 전원을 꺼달라는 국토부와 각 항공사의 안전권고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을 발표하고 국가기술표준원이 갤럭시노트7 사용·교환·신규 판매를 모두 중지하라는 권고를 내린 11일 인천공항 출국장 수속 카운터 앞에 갤럭시노트7을 위탁수하물에 넣지 말고 기내에서 전원을 꺼달라는 국토부와 각 항공사의 안전권고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발화 문제가 결국 단종까지 이어졌다. 배터리를 교체한 새 제품에서도 잇따라 화재 사고가 일어나면서 급기야 삼성전자는 11일 갤럭시노트7의 생산 및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는 더 이상 갤럭시노트7을 만들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단종 선언인 셈이다.

발화의 직접적 원인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당국 및 삼성전자 발표를 봐야 알겠지만 이렇게 내몰린 심리적 원인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바로 애플과의 경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개발할 때 애플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을 집중 연구했다. 그 중 하나가 아이폰의 짧은 배터리 사용시간이었다. 이전 제품인 ‘아이폰6 플러스’와 ‘아이폰6S 플러스’의 배터리 용량은 2,800㎃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용량을 3,500㎃로 늘렸다. 기존 갤럭시노트5의 배터리 용량은 아이폰6 시리즈와 비슷한 3,000㎃였다. 여기에 아이폰6 시리즈가 갖추지 못한 방수와 홍채 인식을 차별화 요소로 새로 추가했다.

갤럭시노트7의 차별화 포인트인 방수와 홍채 인식은 사실 득이자 독이었다. PC를 조립해 본 사람들이라면 성능 좋은 그래픽 카드, 다양한 저장장치 등 주변기기를 잔뜩 달아 놓으면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파워서플라이, 즉 전원공급장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즉 주변기기를 늘리면 여기 맞춰 파워서플라이를 용량이 큰 것으로 달아야 하고 그만큼 늘어나는 발열량을 낮추기 위해 냉각 팬이나 수냉장치 등도 늘려야 한다. 들어가는 게 많아졌으니 PC 케이스 또한 커져야 한다.

미국과 대만, 한국 등지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리콜 제품에서도 발화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결국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새 제품에 대한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삼성 디지털 매장이 한산하다. 홍인기 기자
미국과 대만, 한국 등지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리콜 제품에서도 발화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결국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새 제품에 대한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삼성 디지털 매장이 한산하다. 홍인기 기자

그런데 갤럭시노트7은 이런 상식과 다르게 개발됐다. 각종 기능이 추가되면서 전력소모가 늘어 배터리 용량을 확대했지만 케이스는 전혀 늘어나지 않고 여전히 얇다. 여기에 완벽한 방수를 위해 열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틀어 막았다.

물론 PC와 스마트폰을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이런 상식에 비춰보면 갤럭시노트7 문제는 비단 배터리 만이 아닌 종합적인 설계 등 여러 가지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런 설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애플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조바심이 원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휴대폰 사업 사상 처음으로 출시 후 바로 단종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갤럭시 브랜드는 물론이고 기업 신인도에 미친 영향이 지대한 만큼 그런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결자해지(結者解之)에 입각해 보면 문제를 만든 사람이 가장 잘 풀 수 있다. 원인분석 과정이 삼성에게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휴대폰사업을 총괄하는 무선사업부장에게는 더욱 큰 약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패장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특히 수장에 대한 무선사업부 구성원들의 지지가 남다르다니 든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록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는 2004년 엄청난 매출 감소와 적자 확대로 파산 위기에 봉착했을 때 36세의 젊은이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를 CEO로 앉혔다. 직원들은 매킨지컨설팅 출신이지만 유치원 교사였던 그를 믿지 않았다. “회사가 불타는 플랫폼 위에 있다”고 선언한 그가 파격적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직원들의 입에서는 “레고를 망칠 것”이라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래도 창업자의 손자였던 오너 키엘 크리스티안센은 예르겐을 밀어줬다. 오너의 기다림은 2005년 흑자 반전을 통한 기사 회생이라는 보답을 받았다.

갤럭시노트7 파동이 지나친 경쟁의식에서 온 조급함 때문이었다면 분석과 해결 과정에서는 그런 오류가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최연진 디지털뉴스부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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