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회가 지난 5월에 이어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예산을 다시 강제편성하자 도 교육청이 ‘부동의’ 할 뜻을 내비치는 등 갈등이 재현될 전망이다.
강원교육청은 민병희 교육감이 13일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갖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석면교체 등 시설 개선 예산 496억 1,880만원을 삭감한 뒤 누리과정 보육료 항목으로 강제 편성한 추경예산안이 도의회 예결특위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강원교육청은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654억 원 가운데 보육료를 제외한 보육교사 인건비 등 운영비 항목으로만 158억 원을 편성했다. 영ㆍ유아 보육이 핵심인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국가가 관리해야 할 영역이란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관할인 누리과정의 책임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도의회는 현재 카드사가 대납 중인 어린이집 보육료(1인당 22만원)를 강원교육청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삭감이 우려되는 만큼 누리과정 예산을 꼭 세워 집행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예결 특위 소속 임남규(새누리ㆍ태백) 도의원은 “예산 1억 원을 확보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잘못된 판단으로 수백억 원이 날아갈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강원교육청이 강제 편성한 도의회 예산안을 받아 들일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 10일 도의회 예결특위에 출석한 김경애 행정국장은 예산편성권 침해를 들어 ‘부동의’하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지난 5월 강제 편성된 예산안은 당시 강원도의회 예결특위를 거쳐 본회의에서도 통과됐으나 강원교육청이 부동의 해 집행하지 못했다.
민 교육감의 소신 역시 확고하다. 그는 지난 4일 오후 교육청을 전격 방문한 이영 교육부 차관과의 면담에서 “교육부가 초중등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감 본연의 임무를 지원해야지, 소관(어린이집 누리과정)이 아닌 것을 하라고 강제해선 안 된다. 그러면 교육부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약 강제 편성한 누리과정 예산이 통과되더라도 민 교육감이 14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해당 수정안에 최종 ‘부동의’하면 관련 예산은 예비비로 전환된다.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편성을 위해 삭감한 석면 해체 등 시설 개선 예산도 사라진다.
한편 대구ㆍ울산ㆍ경북ㆍ대전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3개 시ㆍ도 교육청은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했다. 이들은 “누리과정 예산문제로 발생하는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 해결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수 차례 촉구했지만, 정부는 상위법을 위반하는 시행령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교육감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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