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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 사교육 과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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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 사교육 과열 조짐

입력
2016.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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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인프라 등 구축 안 됐는데…

상당수 교수, 가르치는 법도 몰라

정부 계획에 대학들 서둘러 추가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 요구 방침

“사교육 확대 등 부작용 더 클 것”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라는 정부의 박차에 대학들이 서둘러 특기자전형을 신설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교육 확대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11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정부가 선정한 14개 ‘SW 중심대학’ 중 9곳이 2018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에 SW특기자전형을 추가했다. 경북대 국민대 아주대 3곳은 정보올림피아드 같은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명시적으로 요구할 예정이고,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카이스트 한양대 5곳은 활동 자료를 내도록 해 교외(校外) 대회 입상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동국대는 실기고사를 통해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 개발 능력을 보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 기대에 부응한 조치다. SW특기자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를 배제하고 SW 제작 경험이나 관련 동아리 활동 등을 평가해 학생을 뽑는 제도로, 2018학년도에는 SW특기자전형 정원을 전년도의 10배로 늘리겠다고 8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혔다. 올해(2017학년도) 입시에서 30여명 수준에 그쳤던 선발 인원을 내년에 300여명으로 확대하고, 2019학년도에는 400명대 중반 규모까지 키운다는 게 당시 공개된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들이 SW특기자전형 신설 방안을 포기하게 만들라고 교육부에 촉구했다. SW특기자전형이 ▦정부의 대입 간소화 정책은 물론 수험생 부담 경감과 학교 교육 정상화 방침에 역행할뿐더러 ▦소수(5.5%) 학교에서만 관련 분야 교육을 받는 상황에서 미흡한 여건 탓에 자격을 갖추기 힘든 학생들한테는 역차별인 데다 ▦해당 전형 대비 상품 홍보가 시작되고 유아 대상 코딩 학원까지 등장하는 등 벌써 사교육 과열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이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대학 교육이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 인프라ㆍ프로그램조차 아직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교수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잖다. 서울 소재 SW 중심대학의 한 교수는 “상당수 교수가 SW 개발 경험이 없고 가르치는 법도 배우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해당 대학들은 특기자전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W특기자전형을 도입하는 14개 대학의 회의체인 ‘SW중심대학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SW는 단기간의 집중 사교육으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학생들의 재능과 열정을 제대로 평가해 선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과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도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 과정을 보면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낙관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SW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려면 사교육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전형을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SW 공교육부터 내실화해야 한다”며 “특기자 선발은 학교생활기록부로 전공 능력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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