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성인 남성 7명이 부산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 모였다. 이들 중 2명은 학생들이 가득한 학교로 곧장 들어간 뒤 신원을 파악해둔 학생 4명을 찾아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정문 부근으로 끌고 갔다. 교문에서 기다리던 남성 5명과 합세한 이들은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두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린다”며 다시 협박을 시작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교사 2명이 정문으로 달려와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교무실로 가서 얘기하자”며 이들을 만류하자 이들은 다시 교무실로 들어가 교사들에게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렸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한 교사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이들은 그 교사를 업어치기로 바닥에 넘어뜨려 다치게 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학교에서 행패를 부린 남성 7명 가운데 5명은 부산의 모 병원 직원이었고, 2명은 폭력배였다. 이들이 학교를 찾은 이유는 이 병원 직원의 아들이 급우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어 혼내주라는 부산의 모 의료재단 이사장 A(56)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조승우 판사는 고등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도록 사주한 혐의(공동상해와 공동폭행 등)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병원 직원 아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성인 남자 7명을 학교에 보내 가해 학생들을 때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며칠 전 병원 직원들을 모아놓고 점심을 먹으며 “직원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다른 괴롭힘도 당하고 있는데 다시 그러지 못하도록 학생들을 혼내주고, 교사들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학교를 뒤집어 놓고 오라”는 A씨의 지시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A씨는 2010년 12월 병원 직원에게 “의료재단 내 반대파 2명을 때려 중상을 입혀라”고 또 다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사장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2011년 1월 말 서울에 있는 한 호텔 야외 주차장에서 A씨가 지목한 인물을 마구 때려 바닥에 넘어뜨린 후 정신을 잃을 때까지 폭행했다.
조 판사는 “조직ㆍ계획적으로 저지른 폭력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특히 폭력배를 동원해 교육현장에 들어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과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엄히 처벌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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