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출마 의지를 확인하는데 집중됐다.
11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당초 예상됐던 용산공원 조성 계획과 노후 시설물 문제, 청년수당에 관련된 질의가 나왔다. 하지만 대다수 질문의 전개가 박시장의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 의지를 직ㆍ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쪽으로 진행됐다.
먼저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이 질의에 앞서 “대선 출마를 결심하셨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시장은 “여러 차례 말씀 드렸지만 고민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대선 출마를 언제 발표할 것인지를 묻는 다음 질문에는 “너무 성급한 질문”이라며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요구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이 있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시장이 대권욕 때문에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피해가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노후한 지하철과 하수관 교체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대립할 게 아니라 행정을 잘해서 대통령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박 시장의 대권 출마를 전제로 업적과 관련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많은 분들이 박 시장이 서울시의 빚을 감축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전임인 오세훈 시장이 SH공사를 통해 투자를 많이 해 놓고 매각이 많이 돼 수익이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시장은 “마곡지구에서 일부 수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채무를 줄이기 위해 무분별한 설계 변경 제한, 긴축재정, 기술사회 혁신 등 시의 혁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응수했다.
야당 의원들 역시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을 집요하게 이어갔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권주자로 큰 구상과 담대한 미래에 대한 식견이 필요한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교체, 안희정 충남지사는 ‘시대교체’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박시장이 ‘미래교체’를 내걸었는데 대권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시장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국적으로 다니시는 것을 보면 사실상 대권주자의 행보로 보여진다”면서 “대권과 관련해 고민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시장은 “전국으로 다니는 것은 서울 시정의 일부”라면서 “서울시장이라는 직책의 무게감과 정치인으로서 고민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지 않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듣고 있다”고 에둘러 답했다.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질문도 나왔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대권행보가 활발하신데 사실상 확실시 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된 것은 버스전용차로제, 청계천 조성 등 성과 때문인데 박시장은 특별한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시장은 “도로 깔고 다리 놓는 것이 성과였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건설이 아닌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당내 경선에 출마할 때 시장직을 버릴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박시장은 “국민의 부름이 있을 때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출직공무원의 운명은 국민의 요구와 시민의 인식에 달려있기 때문에 소명으로서 정치를 고민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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