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직권남용 수사 개시 통보
계약 관련 업체 선정 지시 혐의
사직서 반려 후 직위해제 조치
윤 시장 정치적 부담 한층 커져
지난달 30일 오후 퇴근 무렵. 윤장현 광주시장의 5급 비서관인 김모(57)씨가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자신의 친형(62)이자 윤 시장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전 광주시 정책자문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무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가 커지던 때였다. 당시 김씨는 사의 표명을 했던 비서실장, 정무특별보좌관 등 4명과 달리 사퇴의 뜻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윤 시장이 사표를 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퇴직은 윤 시장의 의지와 달리 1주일 만에 ‘없었던 일’로 됐다. 검찰이 지난 7일 김씨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김씨 친형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씨를 수사 선상에 올려 놓고 있던 검찰이 그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정식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검찰은 광주시가 발주한 각종 계약 업무와 관련해 김씨가 담당 공무원에게 직권을 남용해 업체 선정을 하도록 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윤 시장의 지시에 따라 광주시가 발주하는 공사와 물품, 용역 등 각종 계약 업무 추진 상황을 1주일에 한 번씩 비서관인 김씨에게 보고했다”는 관련 공무원의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고, 그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따라 윤 시장은 김씨의 사표를 수리하지 못한 채 지난 10일 그를 직위해제했다. 김 씨도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검찰의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현행 광주광역시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칙엔 의원면직(본인 의사에 따른 퇴직)을 신청한 공무원이 감사원과 검찰, 경찰 및 그 밖의 수사기관에 수사를 받고 있는 경우 임용권자인 윤 시장은 해당 공무원을 의원면직 처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김씨의 사직이 불발에 그치면서 윤 시장의 정치적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윤 시장이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돈인 김씨와 그의 친형을 비서관과 정책자문관으로 앉히더니 결국 둘 다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윤 시장의 책임론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윤 시장이 업무 권한도 없는 김씨에게 계약 업무에 비정상적으로 관여하도록 한 원인 제공자라는 비난까지 일면서 일각에선 윤 시장의 고립감이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결국 윤 시장의 인사 실패가 광주시정을 흔들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있는 윤 시장이 자신의 오판에 대해 사과하고 측근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실시해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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