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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개념도 없는 광주시 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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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개념도 없는 광주시 도시공사

입력
2016.10.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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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청탁 받고 부실 주택 매입

서민 위한 임대주택 사업 졸속

도시公ㆍ브로커 결탁 소문 사실

경찰, 임직원 등 12명 입건

광주광역시 도시공사 엠블럼.
광주광역시 도시공사 엠블럼.

‘그들에게 주거복지에 대한 개념은 아예 없었다.’ 광주시도시공사가 서민들에게 싼 값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다가구주택과 원룸 등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외부 청탁을 받고 부적격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도시공사가 전ㆍ현직 언론사 간부들의 부탁을 받고 부실 건물들을 사줬다”는 소문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2011년 6월 도시공사의 맞춤형 매입 임대주택사업 담당 본부장이던 A(62)씨는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빌라(17가구)를 매입하라고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이 빌라는 악취와 건물 균열, 주차장 진출입 불편 등 주거 여건이 나쁘다는 이유로 도시공사가 실시한 매입 심사에서 퇴짜를 맞은 건물이었다. 실제 같은 해 12월 열린 임대주택 매입 선정위원회에서 이 빌라는 평가점수가 69.94점으로 매입 기준(80점)에 미달했다.

그러나 A씨의 매입 지시를 받은 담당 팀장 B씨와 직원 C씨는 멋대로 이 빌라에 가점(20점)을 주고 11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모 지역 신문사 편집국장 D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빌라 주인 E씨로부터 “도시공사가 빌라를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직 지역 신문사 대표 F씨를 통해 A씨에게 빌라 매입 청탁을 넣었다. 도시공사가 문제의 빌라를 매입하자, D씨와 F씨는 E씨로부터 알선비 명목으로 4,800만원을 받은 뒤 나눠가졌다.

도시공사의 부실 주택 매입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3년 1월엔 건물지반과 건축 상태가 열악해 매도 신청에 한 차례 탈락했던 광산구 신창동의 다가구주택 2개 동(27가구)을 일간지에 매입 공고도 내지 않고 선정위원회의 현지 실사도 없이 14억6,000만원에 매입했다.

도시공사는 또 2012년 8월엔 석축 붕괴 위험 등을 이유로 매도 신청에서 이미 3차례나 탈락했던 서구 양동의 한 원룸에 대해 형식적인 현지 실사 등을 실시한 뒤 “건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7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도 전직 기자였던 G씨가 브로커로 나서 원룸 소유주로부터 알선비 명목으로 9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도시공사의 부실 주택 매입은 개ㆍ보수 비용 추가 지출과 미임대 물량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용봉동 빌라와 신창동 다가구주택의 경우 개보수 비용으로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 이상 투입됐지만 미임대 물량이 70%(지난해 10월 말 기준)에 달했다. 도시공사는 서민들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다가구주택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에게 저렴하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며 2011~13년 514억원을 들여 870가구를 매입했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1일 A씨 등 전ㆍ현직 도시공사 임직원 5명과 지역 신문사 편집국장 D씨 등 모두 12명을 업무상 배임과 알선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시공사가 임대주택을 매입하면서 맞춤형 임대주택매입사업 목적에 맞는 양질의 주택을 매입하지 못하는 등 매입임대주택 선정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났다”며 “그 결과 국고 낭비는 물론 많은 집들이 빈집 상태로 남게 돼 입주예정자들의 입주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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