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연기일까, 영원한 무산일까.’
타이거 우즈(41ㆍ미국)가 또다시 복귀전을 12월로 미뤘다. 복귀전을 사흘 앞두고 돌연 출전을 포기하면서 그의 부활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회의론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즈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2016~17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14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나파의 실버라도 리조트에서 열리는 이 대회를 14개월 만의 복귀전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그는 “많이 고민한 끝에 아직 PGA 투어에서 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건강도, 기분도 좋지만 경기를 치르기에는 부족하다”며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며칠간 연습하고 나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우즈는 세이프웨이 오픈 뿐만 아니라 다음달 3일부터 열릴 유럽 투어 터키항공 오픈에도 출전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재단이 12월 1일부터 바하마에서 주최하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에는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즈는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 출전 이후 허리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해왔다. 2014년부터 두차례나 허리 수술을 받은 우즈는 계속해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탓에 더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많았다. 그럼에도 재활을 끝낸 우즈가 마침내 복귀한다는 소식에 골프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나 갑작스러운 출전 취소로 팬들의 기다림은 더 길어지게 됐다.
우즈가 출전 의사를 밝혔다가 어긴 건 올해 들어 이번이 3번째다. 우즈는 지난 6월 US오픈 출전 신청을 했다가 대회 직전 뒤집었고, 8월 PGA챔피언십도 필드에 서지 않았다.
PGA 투어와 대회 주최측은 우즈의 불참 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로암에서 우즈를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스테판 커리(28ㆍ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한 조로 묶었고, 본 경기에서는 필 미켈슨(46ㆍ미국)과 한 조로 플레이 하도록 해 흥행몰이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세이프웨이 오픈 입장권 판매는 우즈의 복귀전 소식에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우즈의 복귀 연기 발표에 골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PGA 투어 선수 출신인 해설자 브랜들 챔블리(미국)는 우즈와 스페인의 골프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를 ‘평행이론’에 빗대어 “우즈도 바예스테로스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우즈는 절대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메이저 5승을 포함해 유럽 투어에서 50승을 올린 바예스테로스는 38세였던 1995년 스페인 오픈이 마지막 우승이었다. 이후 바예스테로스는 허리 부상에 시달렸고 우즈처럼 휴업과 복귀를 반복했지만 더 이상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2007년 시니어 투어에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챔블리는 “운동선수에게 허리 부상은 치명적”이라며 “우즈의 스윙과 몸은 이미 쇠퇴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골프 스타 조니 밀러(미국)도 “많은 사람들이 우즈의 부활을 기대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즈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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