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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金보다 전국체전 우승이 더 힘든 한국 양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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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金보다 전국체전 우승이 더 힘든 한국 양궁

입력
2016.10.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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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충남 전국체전 양궁 남자일반부 예선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구본찬. 홍성=연합뉴스
8일 충남 전국체전 양궁 남자일반부 예선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구본찬. 홍성=연합뉴스

“너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딸 자신 있어? 없지? 올림픽이 전국체전보다 더 쉬워. 마음 편히 쏴.”

지난 8월 13일 리우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 숨 막히는 슛오프(세트스코어가 동점일 때 두 선수가 한 발씩 쏘는 방식)에 들어가기 전 박채순(51) 남자양궁대표팀 감독이 구본찬(23ㆍ현대제철)에게 외친 말이다. 한 발만 실수하면 메달 색깔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제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였다. 결국 슛오프 고비를 넘어 정상에 오른 구본찬은 남자양궁 사상 첫 2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박채순 감독의 말은 선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립서비스만이 아니었다. 한국 양궁은 실제 올림픽 금메달만큼이나 전국체전 우승이 힘들다. 올림픽이 끝나고 두 달 뒤 열린 제97회 충남 전국체육대회에서 남녀 올림픽 2관왕인 구본찬과 장혜진(29ㆍLH)이 모두 쓴 맛을 볼 정도로 저변이 탄탄하다.

구본찬은 11일 충남 홍성군 홍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양궁(리커브) 남자일반부 단체전에 제주 대표로 나서 8강에서 탈락했다. 구본찬은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남자양궁의 간판 오진혁(35ㆍ현대제철)과 같은 편을 이루고도 인천대표로 나선 계양구청에 3-5(52-53 56-57 57-55 58-58)로 무릎을 꿇었다. 전날 남자일반부 개인전 32강에서 김보람(43ㆍ두산중공업)에게 세트점수 3-7(29-26 28-29 27-30 28-28 27-28)로 졌던 구본찬은 이번 대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그는 “전국체전은 어렵다. 쟁쟁한 팀들이 많아 누구를 우승후보로 꼽기 어렵다. 별들의 전쟁이다”고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8일 충남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예선에서 활을 쏘는 장혜진(왼쪽). 홍성=연합뉴스
8일 충남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예선에서 활을 쏘는 장혜진(왼쪽). 홍성=연합뉴스

리우올림픽 여자양궁에서 2관왕에 오르며 ‘늦깎이 신궁’으로 유명세를 탄 장혜진도 마찬가지다.

장혜진은 이날 여자일반부 4강전에서 대표팀 동료 기보배(28ㆍ광주광역시청)와 적으로 만났다. 장혜진이 속한 서울은 기보배가 포함된 광주와 접전을 벌였지만 끝내 3-5(55-56 58-58 57-56 53-57)로 져 3ㆍ4위전으로 밀렸다. 3ㆍ4위전에서는 경남을 상대로 6-0(55-54 56-54 57-56) 완승을 거둬 3위를 차지했다. 장혜진 역시 전날 여자일반부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했다. 그는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기)보배하고 다른 팀으로 마주했는데 기분이 묘했다. 서로를 응원 해야 할 것 같아 헷갈리기도 했다”고 웃음 지었다. 이어 “올림픽에서 우승했다고 국내 대회도 1등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이번 체전을 준비하면서 외부활동이 늘어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다. 더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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