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과 클리블랜드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 3차전이 열린 11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팬웨이파크. 보스턴이 3-4로 추격한 8회말 볼넷으로 출루해 2루까지 진루했던 데이비드 오티스(41)가 대주자 마르코 에르난데스로 교체되자 보스턴 팬들은 오티스에게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보스턴은 더 이상 추격에 실패하며 1차전 4-5 패배, 2차전 0-6 패배에 이어 안방에서 열린 3차전마저 내주고 시리즈 탈락이 결정됐다. 더그아웃에서 마지막까지 박수를 보내며 마지막이 아니길 바랐던 오티스의 메이저리그 20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깊은 침묵에 빠진 팬웨이파크에서 보스턴 팬들이 하나 둘 “고마워, 파피”를 외치기 시작하자 오티스가 더그아웃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오티스는 사진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천천히 마운드 쪽으로 걸어갔다. 오티스는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 9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으로 부진했으나 보스턴 팬들은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오티스는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퇴장했다. 그는 “나는 내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마지막 순간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예고한 오티스는 역대 최고의 은퇴 시즌을 보냈다. 타율 3할1푼6에 38홈런을 기록했고, 타점은 127개로 리그 1위였다. 1940년대를 주름잡은 테드 윌리엄스를 제외하고 마지막 시즌에 오티스보다 높은 장타율(0.620)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1997년 미네소타에서 데뷔한 오티스는 6시즌을 보낸 후 보스턴으로 이적했다. 이후 2003년부터 올해까지 14시즌을 보스턴에서 뛰며 통산 1,953경기, 타율 2할8푼6리, 541홈런, 1,768타점, 출루율 3할8푼, 장타율 5할5푼2리를 기록한 보스턴의 전설이다. 통산 9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실버슬러거상(매년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상)도 6번 받았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세 차례 달성했다. 특히 2004년 보스턴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연패 후 4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으로 뉴욕 양키스를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오티스는 월드시리즈에서도 4연승을 이끌며 ‘밤비노의 저주’를 86년 만에 끊어냈고, 2007년과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추가했다. 2013년 월드시리즈 6경기에서는 타율 6할8푼8리, 2홈런, 6타점의 만화 같은 성적으로 팀 우승을 안겼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끝내기 안타를 3번이나 쳐낸 선수는 오티스가 유일하다.
오티스에게 ‘마지막 경기’를 선물한 클리블랜드는 시리즈 전적 3전 3승으로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 오는 15일 홈에서 토론토와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제) 1차전을 치른다.
한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워싱턴이 2연승으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 워싱턴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3차전에서 8-3으로 승리했다. 1차전을 내줬던 워싱턴은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잡았다. 1969년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창단했던 워싱턴이 구단 사상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라간 건 1981년 단 한 번뿐이다. 연고지를 워싱턴으로 바꾼 2005년 이후에는 한 번도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연장 13회 혈투 끝에 시카고 컵스를 6-5로 꺾고 2패 뒤 첫 승을 올렸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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