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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피고용자 사회의 종말

입력
2016.10.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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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용자(Employee)’라는 말은 194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누군가에게 고용된다’는 피고용이란 단어는 원래 노예가 주인을 위해 일한다는 뜻이었다.

어릴 적 꿈이 피고용자인 아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하면 대부분 피고용자가 된다. 지금도 대부분 사람은 ‘피고용’을 위해 몇 년씩 인생을 바쳐 수능을 공부하고 스펙을 쌓고 경영전문대학원(MBA)에 간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현대 조직에서 피고용자라는 개념이 도입된 건 완전 새로운 현상이었지만, 오늘날 피고용자는 가장 흔한 단어가 되었다.

피고용자 사회의 본질은, 말 그대로 우리는 철저히 누군가에게 고용되기 위한 존재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스펙이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동일한 프로세스의 스펙 구축 과정을 거친다. 초중고 주입식 교육을 통해 1차 학벌이 세팅되고, 토익, 인턴, 공모전, 봉사활동, 해외연수, 심지어 스펙을 위한 창업 경험까지 대학의 취업 종합 세트를 장착하며 2차 스펙을 갖춘다. 그렇게 피고용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지만, 정작 이들 중 극히 일부만 피고용자가 될 수 있다.

피고용자가 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현대 조직에서는 거대한 규모로 인해 고용주가 원하는 역할과 피고용자가 줄 수 있는 것 사이에 필연적인 갭이 발생한다. 사상 초유의 스펙 전쟁을 뚫고 온 어벤저스급 피고용자들이지만, 하는 일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제는 더 이상 피고용자의 인생을 고용주가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피고용자가 되기만 하면 적어도 20, 30년을 안전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고용주 자신조차도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중공업 해운 건설 철강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IT) 등 과거 승승장구하던 산업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이제는 50대뿐만이 아니라 20대 신입사원도 명퇴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민주 버핏연구소장에 따르면, 근 100년간 지속하던 고용 사회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1910년대 포드주의에 의해 시작된 대량 생산 체제의 고용 사회의 모델이 100년 뒤 아이폰의 등장으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Jobs)에 의해 일자리(Jobs)의 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고용사회의 종말이라는 패러다임은, 피고용자라는 존재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제는 고용되기 위한 스펙이 아닌, 회사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이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 왔다. 이미 해외에서는 오직 실력만을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창업, 창작, 창직을 꿈꾸는 토양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혁신 문화 콘텐츠 및 실질적인 창업가 정신으로 고용사회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고용사회의 정점인 대기업과 공무원만을 추구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게 피고용이란 안정성을 위해 모든 걸 투자하지만, 정작 피고용 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아무 보장도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고용 사회는 피고용 이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지금의 피고용 사회는 길어도 10, 20년 뒤면 끝이 난다. 그리고 피고용 사회가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정년 역시 짧아지고 있다.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우리는 아직 피고용자일 때 피고용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이제는 꼭 50대가 되어서만 은퇴 걱정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20대 신입사원도 지금부터 피고용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지금 누리는 피고용이 주는 안정성을 활용하여, 피고용 이후의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실력을 지금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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