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중학교 3학년 시절의 나는 샘도 많고 질투도 많아서 시험 문제를 한 개씩 틀릴 때마다 아주 파들파들, 혼자 성질을 부리곤 했다. 영 새침데기 계집애였던 거다. 중간고사였는데 아마도 마지막 날이었을 거다. 가사시험이었다. 따박따박 답안지를 써가던 나는 어라,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없는 문제 하나와 맞닥뜨렸다. 김치의 재료가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네 개 중 다른 보기 세 개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거나 정답은 ‘양파’였다. 나는 결국 그 문제를 틀리고 말았는데, 분명 우리 집 김치에는 양파가 들어갔고 그날 내 점심 도시락에도 버젓이 양파가 들어간 김치가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구두도 채 벗지 못하고 현관에 엎어져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때문이잖아! 엄마는 왜 김치에 양파를 넣어가지고!” 요놈의 계집애, 시험 망치고 오기만 해봐라, 했을 엄마는 짜증범벅이 된 나를 보고 욕도 못했다. “아니, 그게… 원래는 양파를 안 넣지. 물이 생기니까. 그런데 또 양파를 넣으면 김치가 시원해. 그래서 당장 먹을 김치엔 양파를 넣고… 김장김치할 땐 안 넣고.” 나는 신경질이 나서 며칠 동안 김치에 손도 대지 않았다. 며칠 전 ‘길 위의 이야기’에 중학교 시절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썼다. 담임선생님은 “어머야, 니 덕에 내가 신문에도 다 났네.” 깔깔 웃었고 친구는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와서 교장선생님의 부음을 전했다. 요즘 엄마의 김치에 양파가 들어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동안 젓가락으로 김치 속 양파를 뒤적이며 볼멘소리를 하곤 했었는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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