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차 핵실험 후 심각성 인식
中 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검토
리처드슨 측근 지난달 방북 등
북미 간 대화 탐색전도 동시에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핵 문제에 소극적으로 접근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뒤늦게 ‘실질적인 압박과 대화’라는 대북 투 트랙을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북핵 고도화 위험성에 따른 것인데, 임기 종료를 코 앞에 두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 이런 전략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최근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불법 행위자와 거래하는 제3자에 가하는 2차 제재) 방안을 검토하면서 내부에서 격론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불법 거래뿐만 아니라 일반 무역까지 제재해 대이란 제재에서 효력을 발휘한 제재 수단으로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제재 의지를 가늠할 척도로 평가돼 왔다. 오바마 정부는 올 2월 의회가 통과시킨 대북제재강화법으로 북핵 관련 세컨더리 보이콧 권한을 부여 받았지만,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행사하지 않았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는 대부분 중국 기업인데, 오바마 정부가 중국과의 전면 충돌 대신 생산적 대화를 강조하는 외교 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류의 오바마 정부가 최근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검토하는 것은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다 북핵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의 반발을 고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 핵무장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언제까지 ‘중국 장벽’을 이유로 미온적 대처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것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행사를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일본을 거쳐 방한한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9일 “북한을 압박하는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임기 막바지의 오바마 정부가 ‘구호’가 아니라 실제 조치에 나설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FP는 “차기 정부에 중국과의 갈등이란 부담을 지우기 보다 오바마 정부가 시행하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을 소개하면서도, 여전히 중국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백악관의 다른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안 협상을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낸 뒤 중국과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동시에 북미 간 대화 탐색전도 모색되고 있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측근 인사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북한을 방문, 미군 유해 발굴 및 수해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한 게 대표적이다. 민간 차원의 대북 접촉이긴 하지만, 미 국가안보위원회(NSC) 측이 “백악관과 협의한 것으로 인도주의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게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유엔대사 등을 지낸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북미 대화의 가교 역할을 해왔던 인사로 지난 7월에도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이 북미 관계 개선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달 나온 미 외교협회(CFR) 대북 특별보고서에 이어 제인 하먼 우드로윌슨센터 소장도 최근 대북 협상론을 주장하는 등 최근 워싱턴에서 협상론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과 맞물린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이 당장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오바마 정부의 막판 움직임이 미국 차기 정부에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포석으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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