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5% 할인받는 업체는
17곳 →8곳 절반 이하로 ‘뚝’
할증되는 3등급은 1곳 →5곳
빅3 중 한화^교보 강등 예상
“법인세 인상 못지 않은 타격”


“앞에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뒤에서 갑자기 물을 끼얹는 격 아닌가요?“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내년부터 예금보험 차등요율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 생명보험업계가 들끓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리스크가 커진 생보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라는 게 예보 설명이지만, 새 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이란 지각변동을 앞두고 이미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생보사들은 “뜬금 없는 예보료 폭탄”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예보와 생보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변경된 차등평가요율제도를 생보사들의 작년 말 실적에 적용할 경우, 예금보험료 5% 할인 혜택을 받는 1등급 생보사는 17곳에서 8곳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반면 예보료가 5% 할증되는 불이익을 받는 3등급 생보사 수는 1곳에서 5곳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보는 예금자보호기금 조성을 위해 보험사와 은행, 금융투자회사 등으로부터 예보료를 정기적으로 걷는데, 2014년부터 차등요율제도를 시범 도입해 파산 가능성이 낮은 금융사에는 예보료를 덜 걷고, 상대적으로 파산 가능성이 높은 금융사에는 더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차등요율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예보료 할인ㆍ할증폭을 올해 7.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확대하는 등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20%포인트로 늘리겠다는 것이 예보의 계획이다.
특히 생보사들이 이번 제도 변화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보는 생보사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의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등 등급 평가를 지금보다 엄격하게 운용할 방침이다. 더구나 1등급과 3등급을 받는 금융사 비율을 업권별로 각각 4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올해까지는 3등급 비율만 50% 이내로 제한하고, 1등급 비율엔 제한을 두지 않아 70%가 넘는 생보사가 1등급을 받아 왔다. 예보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금리 역마진 위험 등이 커지고 있는 생보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급 쏠림 현상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변화로 졸지에 등급 하락을 겪게 될 생보사들은 예보료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당장 내년부터 대형3사 중 삼성생명을 제외한 한화ㆍ교보생명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한 계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증권사를 뿌리로 둔 모 중소형사의 경우 현재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두 계단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생보사 예보료 담당자는 “내년부터 생보업계 전체의 예보료 부담이 100억~15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법인세 인상 못지 않은 타격”이라고 말했다. 예보 역시 생보사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민간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한다. 예보 관계자는 “저금리 여파로 생보사들의 파산 리스크가 커진 만큼 예보료를 더 걷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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