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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거장 3인 "일어나라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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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거장 3인 "일어나라 부산영화제"

입력
2016.10.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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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창동 감독(왼쪽부터)과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부산=김표향 기자
한국의 이창동 감독(왼쪽부터)과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부산=김표향 기자

한국의 이창동(62) 감독과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54) 감독, 대만의 허우샤오시엔(69) 감독이 위기를 겪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세 감독 모두 올해 초청된 작품이 없는데도 오직 특별대담 참석을 위해 기꺼이 부산으로 향했다. 세계 영화계에서 인정 받는 영화 거장들이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산영화제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는 부산영화제를 침몰 위기까지 내몰았다. 영화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부산시장이 당연직이던 조직위원장 자리가 민간으로 넘어오고 정관 개정이 이뤄졌지만,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프로듀서조합 등 4개 주요 영화단체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명예 회복 등 요구 사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 선언을 끝내 철회하지 않았다.

다소 침체된 분위기에서 치러지고 있는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은 세 감독은 부산영화제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부산영화제의 현재를 함께 걱정하고 미래를 응원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자객 섭은낭’을 비롯해 ‘비정성시’(1989) ‘카페 뤼미에르’(2003) 등으로 알려진 허우 감독은 “서로 단결하고 연대한다면 큰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좀 더 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를 지지했다.

지난 2년간의 부산영화제 사태를 돌아보며 “보물 같은 영화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격려한 허우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힘든 상황을 겪게 돼 내가 나서야 한다면 절대 미안해하지 말고 언제든 나에게 말해달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아무도 모른다’(2004) 등으로 한국 팬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태풍이 지나가고’ 개봉 때 내한했음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부산영화제를 위해 또 다시 한달음에 건너왔다. 그는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립과 어려움을 넘어서 연대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부산영화제가 직면한 문제를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영화를 상영할지는 영화제가 결정해야 하고 권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영화를 만들면서도 종종 위기에 직면하는데 그때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언인가 하는 점이다. 부산영화제도 이번 위기를 통해 영화제의 본질을 돌아보고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앞으로도 함께 다가올 20년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부산영화제 사태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 감독은 “올해 영화제는 피부로 느끼기에도 썰렁한 분위기더라”며 안타까운 기색이었다. 또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부산영화제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는 “부산시와 정부는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훈장은 못 줄지언정 자존심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혔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이번 일로 영화인들이 크게 상처 받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자존심을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상업영화 중심인 영화계에서 소수의 다양성 영화들은 상영 기회를 얻기가 힘든데 국내의 여러 국제영화제들이 주류 바깥에 존재하는 영화들을 위한 시장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영화제의 의미를 짚으며 “세계 영화인들이 찾아오고 싶어하는 영화제로서 부산영화제가 10년, 20년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마지막 바람을 덧붙였다.

이날 대담이 진행된 영화의 전당 아주담담 라운지는 500명의 인파로 북적거렸다.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세 감독을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해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팬들이 일찍부터 행사 장소로 모여들었다. 한 마디라도 놓칠까 메모와 녹취, 영상 녹화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세 감독은 차기 연출작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룬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내달 촬영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허우 감독은 “현대 배경의 작품”을, 고레에다 감독은 한동안 주력하던 가족드라마가 아닌 “살인사건을 둘러싼 법정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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