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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제동의 ‘웃자고 한 얘기’

입력
2016.10.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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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거리로 군대 만한 소재도 드물 것이다. 의무병역제에 따라 건강한 남자라면 대부분 수년간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이 폭넓은 공감을 뒷받침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군대 특유의 철저한 상명하복, 획일적 집단주의, 목표 중심의 무조건적인 효율주의는 개인적 자유와 보편적 정의에 어긋날 수도 있는 많은 특수한 행동양식을 낳아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오랜 군부 집권 등으로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군사문화에 깊이 침윤된 것도 군대 우스개 유행의 원인일 수 있다.

▦ 고전적 군대 우스개 중 이런 얘기가 있다. 병장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피아노 전공자 손 들어봐!” 세 명이 손을 들었다. 병장이 그중 한 명을 가리켰다. “그래, 넌 어느 대학 나왔어?” “A대학입니다” 병장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다른 한 명을 가리켰다. “넌 어느 대학이야?” “B대학입니다” 병장이 한숨을 푹 쉬면서 푸념했다. “야, S대 나온 놈은 없냐!” 손을 든 나머지 한 명의 병사가 답했다. “제가 S대 나왔는데요?” 병장이 반색했다. “오, 그래? 그럼 네가 여기 피아노 좀 저쪽으로 옮겨라.”

▦ 획일적인 군대식 능력 분류나 우리 사회의 맹목적 학벌주의에 대한 야유, 최고 학벌 소유자가 뜻밖에 낑낑거리며 피아노를 옮기게 되는 아이러니가 잘 엮어진 명작이다. 사실 군대는 이 정도의 부조리와 희극은 늘 벌어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반 논산훈련소만 해도 일요일이 훈병들을 나태하게 한다며 연병장 플라타너스 나무를 공연히 여기저기 옮겨 심게 하는 일도 있었고, 대학 전공이 신문방송학이니 방송극 같은 거 잘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단 하루를 주고 연극대본을 써내라는 명령이 나오기도 했다.

▦ 우스개는 흔히 현실을 과장하고 압축하고 뒤튼다. 하지만 그게 정당화되는 건 청중이 그런 가공을 충분히 알고 양해하는 상황에서다. 요새 방송인 김제동씨가 군 복무 때 군사령관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했다가 영창에 갔었다는 주장으로 사람들을 웃겼다가 거짓말 시비에 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며 시비 자체를 애써 일축하려 한다지만, 책임 있는 공인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거짓이라면, 어설픈 우스개에 대해 군과 그 가족,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게 맞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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