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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리포트] 신도심 전셋값 폭등…세입자 “등골 휜다”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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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리포트] 신도심 전셋값 폭등…세입자 “등골 휜다” 아우성

입력
2016.10.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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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 여건 개선 ‘세베리아’ 옛말

대전ㆍ청주 거주 공무원 등 복귀

행복도시 주택 입주율 90% 넘어

전셋값 상승률 전국 평균 3배

2년새 배 이상 오른 아파트도

세종시 3생활권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뒤로 세종시 신도심(행복도시)의 아파트가 안개 속에 잠겨 있다. 신도심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배 이상 폭등하면서 세입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세종시 3생활권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뒤로 세종시 신도심(행복도시)의 아파트가 안개 속에 잠겨 있다. 신도심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배 이상 폭등하면서 세입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년 전 세종시 신도심(행복도시) 새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한 A씨는 한 동안 재계약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8,000여만원에 80여㎡ 크기의 아파트 전세를 살다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서 1억원이나 되는 전세금 인상분을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답이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고민하던 A씨는 결국 기존 전세금에 돈을 조금 더 얹어 보증금으로 돌리고, 월세 35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A씨는 “입주할 때만 해도 전세가격이 싸서 정말 좋았는데 불과 2년 만에 배 이상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번에 집이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아내와 상의해 신도심 인기 있는 한 아파트에 분양 신청을 했다. 열심히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2012년 행복도시로 이주한 B씨는 7,000만원으로 새 아파트 전세를 얻어 큰 부담 없이 생활했다. 2014년 두 번째 집으로 옮길 때만 해도 전셋값이 비슷해 돈 걱정 없이 지냈다. 하지만 올해 전세계약이 끝날 때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 주인이 배 이상이나 되는 전세금을 내라고 하고, 새로운 아파트를 알아봐도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B씨는 결국 그 동안 모은 돈에 은행 대출까지 보태 가까스로 전세 재계약을 했다. B씨는 “처음에는 분양은 됐지만 빈 아파트가 많아 전셋값이 쌌는데 인구가 늘면서 불과 몇 년 사이에 배 이상 전셋값이 미친 듯이 올라버렸다”며 “어차피 다른 아파트로 가도 전셋값은 거기서 거기인 데다 이사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아 돈을 더 주고 재계약했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 비교적 저렴한 데다 최근 2년 간 ‘나 홀로 하락세’를 보이던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도시가 서서히 정착되면서 공무원과 대전ㆍ청주 등 주변 도시 인구가 꾸준히 유입돼 실수요가 갈수록 많아지지만, 입주 물량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택 가격동향을 보면 지난 1~7월 세종시 전셋값은 2.69% 상승해 같은 기간 전국 전셋값 평균 상승률(0.78%)을 3배 이상 웃돌았다. 지난 7월 전셋값도 세종은 0.70%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세종시 전셋값이 폭등하는 것은 도시 정주여건이 속속 갖춰지면서 공무원을 비롯한 인구 유입이 본격화하는데 입주 물량은 큰 폭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요는 많아지는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전셋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입주 물량은 7,343가구로, 전년(1만7,38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인구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3분기부터는 매 분기 5,000여명이 넘는 순유입이 이뤄지면서 9월 말 현재 인구(23만9,751명)는 출범 초(11만5,388명)의 배를 상회하고 있다.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대전과 청주 등에서 생활하던 초기 이전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복귀하는 것도 한 몫 했다. 한 때 변변한 커피전문점 하나 없어 ‘세베리아’라고 불릴 정도로 열악했던 정주 여건은 이제 웬만한 먹거리나 시설이 모두 갖춰지면서 생활에 그다지 불편이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행복도시 입주율은 90%를 상회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신도시 입주가능주택은 지난 7월 말 현재 5만890호로, 이 가운데 입주지정기간 60일이 경과된 주택은 4만9,679호로 집계됐다. 입주율은 실제 입주주택(4만5,385호)을 60일 경과 주택 호수로 나눠 산정하는데 이 공식을 대입하면 91.3%에 이른다.

앞서 세종시의 전셋값은 2014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꾸준히 떨어지면서 무려 7.4%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전셋값이 3.8%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세종시의 전셋값은 계속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도시 성숙이 가속화하면서 상권과 인프라가 갈수록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김관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지부장은 “도시 형편이 좋지 않은 데다 입주 물량도 많아 짓눌려 있던 세종시 전셋값이 입주 물량 축소, 월세 전환, 마이너스 금리 시대 등 영향으로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입주 물량이 늘면 다소 인상폭이 줄 순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세종시의 정주 여건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오름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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