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본인 추문 재빨리 넘기고
클린턴의 스캔들 물고 늘어져
1차 토론서 침착했던 클린턴도
네거티브 공격에 열올려
CNN 여론조사 57%대 34%
9일 미국 대선 후보 2차 TV토론 승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미국 주류 매체들은 대체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로 분석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선전에 방점을 찍는 매체들도 적지 않았다. 주류 매체들조차 클린턴 후보가 1차 때보다 못했고 트럼프의 준비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날 두 후보가 주고받은 수준낮은 공방에 ‘정치환멸만 부추겼다’는 평가는 거의 대부분 매체가 일치했다.
CNN방송은 이날 토론의 승자로 클린턴을 꼽았다. CNN은 여론조사 기관 ORC와 함께 토론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여론조사를 한 결과, 클린턴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57%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잘했다는 답변은 34%에 머물렀다. CNN은 그러면서 “2차 토론이 클린턴으로 크게 기운 대선 판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 조사에서도 클린턴 47%, 트럼프 42%로 “클린턴이 이겼다”고 답변한 비율이 높았다.
진보성향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커스 USA’도 ▦클린턴이 트럼프의 발언을 적시에 끊고 반격했으며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행 문제를 잘 처리했고 ▦이메일 스캔들 등 자신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방어한 점을 들어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포스트(WP)도 “클린턴은 주요 이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토론 내내 안정되고 밝은 모습을 보인 반면, 트럼프의 거친 공격은 공화당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BBC방송과 가디언 등 영국 주요 매체들도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트럼프의 위협적인 태도를 부각하며 “2차 토론 역시 클린턴의 승리”로 진단했다.
미 언론들은 그러나 클린턴이 1차 토론과 같은 압승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트럼프가 1차 토론 때보다 선전했으며, 오히려 2차 토론 초반에는 트럼프가 다소 우세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CNN은 “클린턴이 이겼지만 트럼프도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토론 초반 “비틀거리던 트럼프가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고 보도했고, 폭스뉴스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가 다시 발걸음을 찾았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이날 TV토론 직후 "트럼프의 대승"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WP는 “클린턴이 제1차 TV토론보다 훨씬 더 트럼프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치중했다"면서 "첫 번째 토론보다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설명은 매우 부실했으며,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월스트리트 친화적인 발언들을 해명하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을 들먹인 것은 '우스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관련해선 "1차 토론 때보다는 확실하면서 활력이 있었다"면서 "자신을 둘러싼 추문들은 재빨리 넘기는 대신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벵가지 스캔들, 클린턴 재단 의혹 등을 부각하는 전술을 구사했다"고 분석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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