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석 4개월 만에 해외방문지로 동남아 순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터넷 강국 건설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서방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 확보를 통해 ‘사이버 굴기(堀起)’를 본격화하겠다는 메시지다. 그는 서방의 비판과 무관하게 온라인에 대한 관리ㆍ통제 지속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10일 시 주석이 전날 ‘인터넷 강국 전략’을 주제로 제36차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을 주재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선진국과 여전히 격차가 큰 중국의 IT기술과 인터넷 보안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국제적 발언권을 확대하고 사이버 강대국의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성능 컴퓨터와 이동통신, 양자통신, 핵심 반도체 칩, 제어시스템 분야 등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인터넷을 포함한 IT분야는 전 세계에서 투자가 가장 집중되고 혁신이 가장 많이 일어나며 응용 범위와 영향력이 가장 광범위해 세계적인 경쟁도 치열하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민의 삶의 질이 달라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산업의 디지털화ㆍ지능화,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가 필요하다”며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과 스마트 시티 건설, 국가적 차원의 빅데이터 센터 건설을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은 보안당국의 인터넷 통제ㆍ관리 강화 방침에 변함이 없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의 주권을 당당하게 수호해 나가야 한다”면서 “인터넷 규율 장악 능력, 인터넷 여론 선도 능력, 정보화 발전에 대한 통제ㆍ관리 능력, 인터넷 보안의 보장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외국의 일부 사이트 차단과 세계 최강의 검열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에 개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사이버 강국 건설을 목표로 중국 지도부가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에 대해 국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동시에 인터넷에 대한 통제의 강도도 더욱 높여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현재 7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인구를 기반으로 인터넷 경제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번 주 동남아 순방길에 올라 대외 행보를 가속화한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캄보디아, 방글라데시를 방문하고 인도에서 열리는 제8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의 해외 순방은 지난 6월 말 세르비아,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등을 방문한 이래 4개여월 만이다.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동남아 우방국들의 지지를 공고히 하고 개발도상국의 선도국가로서 위상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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