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상금 전액(800만 크로나ㆍ약 11억원)을 콜롬비아 내전 희생자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7일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의 52년간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을 끌어낸 공로로 평화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산토스 대통령은 내전 피해가 컸던 콜롬비아 북서부 보하야에서 열린 한 종교행사에서 “가족과 상의한 끝에 상금을 내전 희생자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부금은 내전 희생자들과 화해를 위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 재단 등에 쓰일 것”이라며 “우리가 이미 합의한 평화협정을 수정해야 한다면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산토스 대통령이 참석한 종교행사는 2002년 FARC와 민병대 간 전투를 피해 주민들이 피신한 한 교회에 FARC가 폭발물을 투척한 사건으로 희생된 79명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편 산토스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대한 언론들의 비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말 FARC와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서명했지만 이달 2일 평화협정 찬반 국민투표에서 부결돼 산토스의 업적을 지나치게 성급히 평가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이상한 노벨평화상’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산토스에 대한 평화상 수여는 ‘거짓 평화와 순진한 선의’에 상을 주는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도 “평화상 수상이 오히려 반대진영과의 반목을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